
“동네 책방을 하면서 적자 아닌 곳은 드물고, 거기서도 책 팔아서 흑자를 내는 곳은 더더욱 드물 겁니다. 설령 번다 하더라도 서점에서 음료를 팔거나 장소 대관 등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더 많죠. ‘투 잡’을 하는 책방 사장도 상당히 많고요.” 3년 차 동네 책방 주인의 얘기다.
동네 서점은 단순히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가게의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동네에 서점 하나가 생기면 그곳을 중심으로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사를 해도 그 공간에서의 관계와 경험을 유지하려 계속 찾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책방을 여는 사람 중에는 수익보다 관계나 삶의 가치 등의 차원에서 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애초에 책방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14년 도서정가제 전면 도입을 기점으로 동네 책방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도서정가제는 책을 팔 때 일정비율 이상 할인해 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도서정가제 본격 도입 이전에는 적용 범위가 출간 18개월 이내의 책에 한정돼 대형 출판사나 대형 서점이 해당 도서를 제외하곤 동네 서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책을 할인해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14년 법 개정이 되면서 모든 도서에 도정제가 적용됐고, 동네 서점 입장에서도 해볼 만한 사업이 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동네 서점이 없어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출판 분야를 포함해 문학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동네 책방 운영이 어려운 건 책 읽는 인구 감소, 전자책을 선호하는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형 서점과는 수익 구조가 다른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공급률의 차이다. 공급률은 정가 대비 서점이 책을 공급받는 액수의 비율을 말한다. 공급률이 높을수록 서점이 책 판매 시 가져가는 수익이 줄어든다. 예를 들면 정가 2만원짜리 책을 판매할 경우 공급률 80%에 납품받는다면 서점의 수익은 4000원이 된다. 공급률이 60%로 낮아지면 8000원이 남는다.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의 경우 출판사로부터 책을 직접 납품받기 때문에 공급률을 낮게 가져갈 수 있다. 반면 동네 책방은 도매상이나 대형 서점을 거쳐 책을 납품받기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같은 책을 팔더라도 더 적은 수익을 남기게 된다. 최근 책 판매 시장에 본격 뛰어든 쿠팡의 경우 출판사를 상대로 한 낮은 공급률 강요, 홍보비용 전가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요한 건 쿠팡 및 대형 서점과 달리 개인이 하는 동네 책방은 공급률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알라딘 등 일부 온라인 서점은 특정 카드를 쓸 경우 포인트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법이 정한 도서정가제 이상의 할인으로 구매자가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2014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들어오면서 자국 내 도서 시장을 위협하자, 아마존이 도서를 무료배송할 수 없도록 한 통칭 ‘반아마존법’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은 이와 관련된 규제도 전무하다. 여러모로 동네 책방은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는 “사실 도서정가제의 전면 도입은 온라인 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라는 측면이 강했다”며 “서점 전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얘기하기 전에 일단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간 경쟁의 출발선을 같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동네 책방의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의 맞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사업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이에 수많은 작은 책방은 기존에 하던 저자와의 만남, 독자 대상의 행사 등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영수 책과아이들 대표는 “동네 책방 지원 사업의 경우 인건비나 장소 임대료를 따로 산정하지 않거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에도 원고료나 작가섭외비 정도만 지원이 된다”라고 했다. 조진석 대표는 “대부분의 정부 지원 사업이 서점에 인센티브가 되지 않고 현상 유지 혹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의 지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책방 주인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모든 걸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현장에서의 독서 정책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원도 영월에서 동네 책방 인디문학1호점을 운영하는 윤태원 대표는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공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네 책방이 노동과 인간적 유대, 우연한 만남 등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며 다양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성산동에서 동네 책방 도시상담을 운영하며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의 저자이기도 한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운영이 어려워 많은 책방이 사라지는데, 동시에 그만큼 많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고, 온라인 공간이 발달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가 사라질 것이라 했지만, 어느 쪽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이중으로 존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재택근무 등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났지만, 동네 책방 등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19년 아마존에 밀려 매각됐던 미국의 유명 서점 체인인 반즈앤드노블은 2024년 기준 미국 전역에 5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며 세를 늘려가고 있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 등을 쓴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책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기 드문 공간이다. 보통 상업 공간은 들어갈 때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책방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같이 갖고 있는 곳”이라며 “인간이 24시간 돈 버는 일에 대한 생각이나 경쟁만 염두에 두고는 못사는 존재다. 경쟁의 공간 말고 다른 공간이 필요한데, 동네 책방이 그런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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