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로 쓰레기 버리는 것을 멈춰주세요. 쓰레기는 그 나라에서 스스로 처리해야 합니다.”
애쉬니나 아자흐라 아킬라니(18·니나)는 열두살 때인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선진국이 자원 수출을 명목으로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쓰레기를 보내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후 니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 위원회 회의 등에 참석했다. ‘아시아의 툰베리’라고 불리며 주목받았다.
니나 전에 다루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역의 에어랑가대학에서 생태학을 전공한 다루 세티오리니 박사(다루)는 같은 전공생이었던 프리기 아리산디와 만나 환경단체 에코톤(ECOTON)을 만들었다. 1996년 맹그로브숲과 습지 보전 운동을 시작한 에코톤은 20년 동안 제로 웨이스트 운동, 일회용 플라스틱 반대, 수입 플라스틱 폐기물 규제 요구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둘 사이에서는 세 딸도 태어났다. 깨끗한 물, 많은 풀 속에 사는 잠자리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을 붙여서일까. 막내 니나는 열정적인 환경운동가가 됐다.
니나는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자연으로 연구를 다니면 나도 따라가 연못에서 헤엄치거나 나무를 탔다”며 “그래서 게임보다는 나무, 곤충과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는 아빠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외곽 마을로 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어진 산이 있는 곳이었다. 니나는 “너무 충격받았다”며 “그 쓰레기가 모두 외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루는 니나가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이 “기쁘고 안심된다”며 “딸이 내 의지를 이어받아 계속 운동을 한다는 것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세대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세대가 싸우지 않으면, 기후 대응은 너무 늦어버릴 것이다. 딸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니나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환경 이슈를 알린다.
지금 인도네시아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물었더니 두 사람 모두 “정부”라고 답했다. 니나는 “플라스틱만 해도 정부가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위험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루는 “정부가 기업들의 입장만 중시하면서 시민사회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며 “신사업, 거대 기업에만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환경 보전은 뒷전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환경 운동은 매일 실망하는 일이다. 수라바야에서는 더 그렇다.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집이나 가게를 마주친다. 모녀가 텀블러를 쓰고, 스테인리스 통을 가지고 다녀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음식을 산다. 자국 쓰레기로도 허덕이는 마을에 외국산 쓰레기까지 밀려들어 온다. 그러나 이들은 지친 기색 없이 웃어 보였다. 모녀에게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기력, 우울함이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는지 물었다.
다루는 “내일의 일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야 한다”며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가 하던 일을 지속해야 한다. 잘 통하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꾸면 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니나는 “사람이니까 절망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말했다. “그래서 서로가 필요하다. 나도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나 오늘 학교에서 외로웠어. 내가 너무 이상한 거 아닐까’ 묻는다. 그럼 가족들은 ‘당연히 네가 맞지. 오늘도 잘했어’라고 말해준다. 우리가 서로 우울을 털어놓고, 또 응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 내일도 같이 힘내서 싸울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