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공학교육 현장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통합적 문제 해결 역량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반도체 및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산업계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으로 급속한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애플리케이션(앱) 분야의 발전으로 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면서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다각화되고 있다. 이제는 반도체 설계나 공정 기술을 넘어 시스템 수준의 이해, 소프트웨어(SW) 개발 능력, 그리고 앱 분야에 대한 도메인 지식까지 갖춘 통합형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이는 곧 집적도 향상과 미세공정 개발에만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음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 하나를 설계하더라도 전력 효율성, 통신 프로토콜, 보안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무 경험을 제공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STEM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STEM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반도체의 핵심인 마이크로컨트롤러의 하드웨어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펌웨어 개발, 터치GFX를 통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구현까지 전체 개발 과정을 종합적으로 경험했다. 실무 중심의 이러한 교육은 통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둘째,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한다. 단발성 행사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넘어 이를 정규 커리큘럼과 연계하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산업계의 실질적인 문제를 학부 과정의 프로젝트 주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초 연구와 응용 개발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대학 연구 역량과 기업의 개발 경험을 결합함으로써 혁신적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최신 연구 동향과 산업계의 요구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측면에 대한 교육도 필수다. 현대 기술 산업에서 에너지 효율성, 환경 영향, 사회적 책임은 핵심 가치가 되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기술 교육과 함께 이러한 측면을 균형 있게 다룰 때 비로소 미래 지향적인 시각과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학, 기업, 정부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교육 과정의 설계 단계부터 산업계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고 실험실과 강의실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교육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들도 재정 지원이나 시설 제공에 국한되지 말고 자사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교육 과정에 적용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교육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에코시스템 구축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러한 혁신적 시도들이 제도적 장벽에 막히지 않도록 하는 조력자로서의 기능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STEM 교육의 혁신을 통한 통합형 인재 양성, 그것이 바로 우리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다.
김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부교수 hyunkim@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