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박이처럼 "금리 내려라" 유럽 정치권도 중앙은행 압박

2025-07-17

유럽 정치권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잇따라 금리 인하 요구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내리라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연일 압박하는 상황에서 유럽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안사(ANSA) 통신 인터뷰에서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경제(성장)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또 "ECB가 개입해 금리를 0.5∼1%포인트 더 내리거나 각국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도 지난 10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ECB가 유럽연합(EU)의 성장에 대한 역할을 인식하길 바란다"며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ECB는 이미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1년 사이에 정책금리를 2%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고금리 유지 기조와 그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으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14% 올랐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ECB가 금리를 낮추고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해서 시중에 돈이 풀리면, 이를 통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국가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개선, 유럽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하지만 ECB는 '요지부동'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해 9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유로그룹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타야니 부총리가 ECB의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대해 "성장 촉진 측면에서 너무 작다"고 비판하자 반박한 것이다.

ECB는 기본 조약에서 금리 결정의 최우선 요소는 경제 성장이 아닌 물가 안정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EU는 "우리의 임무는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통화 정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ECB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ECB가 추정하는 중립금리 범위에 근접한 1.75∼2.25%까지 예금금리를 인하한 데다, 미국 발(發) 관세 위협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있어 금리를 유지한 채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EU산 수입품에 3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 금리 인하 요구와 함께 사임까지 압박하고 있다. 다만 해임보다는 자진 사임을 기대하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뉴스 사이트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사임하면 좋겠으나 해임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세간의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법정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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