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은행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지원 프로그램’ 대출 한도는 지난달 동이 났다. 올해 3조 6000억 원의 대출을 집행할 계획이었는데 석 달여 만에 조기 완판된 것이다. 산은이 금융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초저금리의 조건을 내걸자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대출 창구를 찾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대기업에 0.8~1%포인트, 중소·중견기업에 1.2~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조달 금리를 반영한 대출금리는 2% 초반으로 국고채 금리와 비슷하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가 4%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절반 수준의 비용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는 시설자금 명목으로 2조 원 규모의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대출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금리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대출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런 금리 조건을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산은의 올해 대출 한도를 3조 4000억 원 더 늘린 점도 고무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대출을 받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면 ‘무차입 경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국고채 수준의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