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어려운 것은 피하려는 아이. 용기를 주고 싶어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㉜]

2025-04-01

사실 이번 사례는 필자와 남동생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겁이 많은 우리 남매는 어린 시절 새롭거나 어려워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필자는 새로운 레고를 사줘도 ‘이걸 어떻게 맞추나’ 하는 생각에 그다지 기쁘지 않았고, 남동생은 새로운 기관에 갈 때마다 일정 기간 동안 꼭 어머니가 함께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 남매와 비슷한 성향의 자녀들은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용기를 줄 수 있을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낯설고 어려운 것은 피하려는 아이. 용기를 주고 싶어요

6살 여아인 A는 유치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친구들에게 양보도 잘 한다며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 편이다. 소위 말해 모범생인 것이다. 그러나 A가 이렇게 유치원 생활을 잘 해내기 까지는 4개월 이상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A는 처음 어린이집을 갈 때도 힘들어했고,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기관을 옮길 때도 엄마를 계속 찾았다. 때문에 어머니는 A가 교실에 들어간 후에도 유치원을 떠나지 못한 채 A의 눈에 띄는 곳에 머물러야 했다. 물론 점차 분리가 가능해져서 지금은 웃으며 헤어질 수 있지만, 정말 진 빠지고 걱정스러운 4개월이었다. 그리고 A의 이런 성향은 학습을 시킬 때도 나타난다. 이미 배운 것은 잘 해내지만, 어려워 보이거나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시도 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제 내후년이면 학교에도 가야하고 도전해야 하는 일들은 점점 많아질텐데 어떻게 하면 A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지, 어머니는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A의 마음 상태 및 성향 등을 확인하고자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검사 결과: 기질적으로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어머니와 딸. 어머니의 지나친 예민성이 과잉보호로 이어지기도 해

검사 결과, A는 지능이 ‘평균상~우수’ 수준으로 평가되어 양호하다. 낯선 과제나 상황을 접하더라도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적 자원’이 풍부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다만 A는 기질적으로 타고나길 겁이 많고 신중한 아이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성향을 ‘위험회피’ 성향이라고 하는데, 일상의 모든 상황이나 과제, 사람을 접했을 때 ‘일어날지도 모르는 문제나 실패’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성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대체로 낯선 것을 싫어한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미리 예측하거나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할지, 어디서 당황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자연스럽게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그 상황이나 과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그렇다면 A의 어머니는 어떨까. 어머니 또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낯선 상황 및 과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A 혼자만이 아닌 것이다. 어머니는 A가 기관에 가서 겪을지도 모르는 적응 문제나 괴로움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전전긍긍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A를 지나치게 보살피는 모습으로 이어졌을 수 있겠다,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면 바로 다가가서 케어해 주고, 낯선 과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곧장 ‘그만해도 돼’라고 허용해 주는 것이다. 아울러 A의 어머니는 검사 당시에도 검사실 앞을 떠나기 어려워했고, 아이가 검사 당시 힘들어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다소 지나치게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어머니의 기질이 과잉보호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검사자 제안 : 어머니의 걱정이 상승했을 때 ‘아이를 지나치게 살피고 보호하는 행동’ 외의 다른 방식으로 걱정을 이완해 보기. 아이를 믿어주기.

이번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먼저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A보다 어머니가 먼저 걱정했을 수 있고, A는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아 지금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구나’라고 해석한 후 뒤늦게 불안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한 아이를 지나치게 미리 챙기고 돌보는 양육 태도는 ‘아이 스스로 진정할 기회’를 뺏어가기도 한다. 어머니의 지나친 돌봄 때문에 A는 낯선 상황/ 과제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갖기 어렵고,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정보와 확신이 없는 사람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불안이 상승했을 때, 이를 잘 알아채고 스스로 이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아이를 지키는 행동’을 함으로써 어머니의 불안을 이완시켰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불안을 이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을 통해 걱정스러운 생각들을 이성적으로 정리해 볼 수도 있고, 혹은 운동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무조건 자녀를 ‘보호’하려 하기보다는 자녀에게 대처 방법에 대한 힌트를 조금씩 주면서 결국 ‘스스로’ 해낼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자녀가 시행착오를 겪고 나름대로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날이 많아지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에 대한 걱정과 돌봄 자체는 좋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자녀를 신뢰하지 않고 있지는 않을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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