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원년을 맞이하여

2025-01-22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으로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2025년은 명실공히 초고령사회 원년이 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고령인구 숫자는 1890만명으로 지금부터 매년 평균 35만명이 증가한다. 달리 표현하면 앞으로 25년 동안 65세 이상 인구만 모여 사는 원주시 크기만한 도시가 매년 하나씩 생겨난다는 뜻이다.

3년 전 일본에서 개봉된 ‘플랜 75’라는 영화는 국가가 75세 이상 고령자의 안락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국회에서 통과되고 난 후를 그린 영화다. 감독은 ‘사람 목숨의 가치를 사회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기준으로 결정하는 풍조가 이미 사회에 있는 것 같은 위기감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양(量)이 누적되면 질(質)적인 비약이 일어난다는 말처럼 초고령화는 인간 목숨에 대한 생각을 바꿔버릴지 모른다.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이것뿐이겠는가. 쓰나미가 닥치는 것 같을 것이다.

고령자 매년 평균 35만명 증가

결정론적 비관론은 경계하고

인구 느는 세계시장 공략해야

‘기술·해외·혁신’ 놓치면 안 돼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다 보니 고령사회를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로 보는 관점이다. ‘일본처럼 30년 장기 불황에 빠진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다, 축소사회가 된다’는 등의 생각들이다.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면 모르겠지만 사회는 생물처럼 변하기에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도전이 있으면 이에 대한 응전으로 역사는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미 비트코인과 AI(인공지능)라는 돌연변이가 나왔고 양자 기술이 나오고 있다. 2025년 1월에 개최된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AI가 중심이었다. 급속도로 발전한 AI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벗어나 로봇과 결합되어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AI는 로봇의 두뇌나 마찬가지이니 로봇이 퀀텀 점프로 진화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고령사회는 이러한 첨단 기술의 수요자가 되고 있다. 그 수요는 요양 로봇, 돌봄 로봇, 외골격 로봇, 바이오 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된다. 첨단 AI 기술을 고령사회에 접목하는 것을 시도해볼 만하다. 부족한 노동력을 기술로 보완할 수도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이 있기 전에 고령화되었고 중국은 선진국이 되기 전에 고령화되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과 고령사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절묘한 교차점에 있다. 고령사회 극복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그 기술을 고령화되고 있는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도 있다.

둘째, 해외에 길이 있다. 고령사회에서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한다. 자산관리, 요양, 헬스케어 등은 성장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내수산업이 장기간 정체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럴까?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수출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출은 자국의 인구구조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글로벌 경제는 확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수산업도 수출산업화 될 수 있다. 식품은 내수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K-컬쳐의 붐에 힘입은 식품 산업의 해외 진출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외국인의 한국 내 지출도 마찬가지다. 해외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놀러 와 올리브영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사회에서의 산업구조는 우리의 인구구조가 아니라 우리가 해외 경쟁력을 얼마나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셋째, 노년부양비라는 숫자의 양적인 굴레에 빠지지 말고 숫자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년부양비는 65세 이상 인구수를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수로 나눈 것을 말하는데, 이 값은 앞으로 너무 압도적으로 커져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15세에서 64세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실질적인 노년부양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노년부양비율을 보고 운명론에 빠질 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기술적 혁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혁신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IT 혁신이 일어난 1990년대 중반 20~30대 인구는 총인구의 38% 정도였으나 2040년에 이 비중은 19%에 불과하게 된다. 인구수로는 각각 1700만명과 9백만명 수준이다. 양질(量質) 전환은 여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혁신을 활성화하는 시스템을 탄탄히 마련하는 게 너무나도 시급하다.

초고령사회의 원년부터 우리나라 고령사회 시계는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간다. 운명적 굴레에 빠지는 관점을 경계하고, 기술, 해외, 혁신이라는 이 3가지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것마저 놓치면 희망은 없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