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우농장 한우 출하월령 지난해 기준 22.9개월 기록
민간 최초 보증씨수소 선발…암소 유전체 분석 노력
분뇨처리 개선 등 노력…저탄소 인증 한우 농장 선정
김문석 대표 “출하월령 18개월까지 단축 노력 지속”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육 기간 단축은 축산현장의 과제다. 출하월령은 단축할수록 사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개체 회전율이 증가해 연평균 출하 두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육 기간이 증가할수록 사료 효율이 떨어져 사료비는 늘어나지만, 소의 체중과 육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사육 단계마다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해 한우 사육 기간을 기존 31개월(거세우 기준)에서 28개월로 줄여도 육질 성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사육 기간 단축에 따른 사료비도 두당 23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파악했다.
이같이 출하월령 단축은 사료비 절감 등 한우 농가의 경영적 측면에서 이익을 주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024년 축산물 등급판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우 평균 출하 월령은 42.3개월이다. 이는 전년(43.5개월) 대비 1.2개월 줄었다.
거세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31.6개월을 기록했다. 2020년 30.3개월을 기록했지만 2021년 30.4개월, 2022년 30.7개월, 2023년 31.3개월로 소폭 증가하면서 지난해 31.6개월까지 다시 늘어난 상황이다.
농어업위가 축산업 혁신 사례로 중우농장은 꼽은 이유다. 중우농장은 전국 대비 짧은 개월령의 소를 출하하고 있다. 한우 비육 기간 단축을 통한 회전율 및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암소 유전체 분석 통해 우량 암소 선발…전국 최초 민간 한우 보증씨수소도 선발
중우농장의 한우 출하월령(거세우 기준)은 2024년 기준 22.9개월이다. 2021년부터 출하월령을 꾸준히 단축해 22개월까지 낮췄다. 중우농장 한우 출하 월령은 2021년 26.0개월, 2022년 24.3개월, 2023년 23.9개월을 기록한 바 있다.
매년 출하월령을 단축해 나가면서도 도체중은 430~440㎏대를 형성하고 있다. 평균 24개월령 도체중(389㎏) 보다 40㎏ 이상 높다. 1+등급 이상 출현율도 78.6%(2023년 기준)로 전국 평균(69.1%) 대비 9.5%포인트(p) 높다.
출하월령 단축을 통해 마리당 생산비는 약 136만원 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우농장이 한우 출하월령을 단축함으로써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인 셈이다.
김문석 중우농장 대표는 “장기비육 방식으로는 농장 경영비 부담이 고착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우 출하월령 단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우리나라의 출하월령 차이는 사료값이 크다. 미 블랙앵거스의 경우 보통 18개월에 출하한다”며 “ 우리는 사료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우선 대외변수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기후변화, 환율은 농가에서 직접 컨트롤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면 농가 자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혁신을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사육 기간 단축과 동시에 육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 단기 비육 사육 방식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선진농가 견학, 산학협력, 영양 사료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개량, 사료, 영양 관리 등 종합기술을 농장 보유 한우에 적용했다.
한우 출하월령을 낮추기 위해 보증씨수소 선발과 유전체 분석을 통한 한우 암소개량을 진행했다. 중우농장은 한우개량사업소와 한우 육종 농가가 아닌 ‘민간 최초 보증씨수소’ 선발 농가다.
중우농장에서 생산한 후보씨수소 ‘GNP100’은 마블링에 특화한 개체다. 주변 농가에 시범 삼아 보급한 결과 도축 성적에 일정하게 반영됨을 확인했다.
암소개량을 위해 한우 암소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량 암소를 선발해 2022년부터 전북대학교 도움을 받아 실시하고 있다. 사육 기간을 단축해도 도체중과 품질에 차이가 없는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유전체 분석 기법을 적용해 능력이 떨어지는 하위 개체 20%를 조기 도태시켜나갔다.
현재 농장 보유 모든 암소에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전체 분석 기법을 통해 개량 속도가 4분의 1 정도 단축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무작정 개월령을 단축하게 되면 품질과 무게가 떨어진다”며 “24개월 밑으로는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등급이 떨어지지 않을 만한 종자를 찾기 위해 모개체 개량 노력을 지속했다. 또 씨수소도 중요하기에, 자체적으로 마블링에 특화한 후보씨수소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조사료 경영체 운영으로 경축순환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중우농장은 조사료 경영체인 중우축산영농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30만 평에 퇴비를 송풍장치로 부숙시킨 후, 전량 반출해 분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IRG, 옥수수, 수단을 재배 후 수확해 회원 농가와 낙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저탄소 인증 한우고기(청춘한우)를 고창군 대표브랜드로…“향후 출하월령 18개월 단축까지 노력”
중우농장은 사육 기간 단축, 분뇨처리 개선, 경축순환 등 노력이 탄소 배출량 감축에 효과가 있다는 인정을 받아 2023년 저탄소 인증 한우 농장으로 선정됐다.
저탄소 인증 이전부터 중우농장과 뜻을 함께하는 고창지역 30개 농가로 구성된 청춘한우 사업단은 탄소발자국을 정량화하고 감축하는 방안을 모색해, 저탄소 한우 브랜드로서 입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청춘한우는 백화점에 납품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 고창 지역 후계농 등 친구들과 만든 게 청춘한우”라며 “현재 우리 정관을 보면 50세 미만만 가능하다. 70대, 80대이신 분들은 한우 사육을 30~40년 해오신 분들이다. 이분들 중 일부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현재 청춘한우는 의지 있는 젊은 친구들끼리 구성이 돼 있다”고 얘기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출하월령을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다.
그는 “출하월령 단축은 저도 10년이 넘게 준비한 일이다. 2021년 전까지만 해도 저도 일반 농가들과 똑같이 31개월, 30개월에 출하했다”며 “최종 목표는 18개월까지다. 미국 블랙앵거스가 18개월에 도축을 하기 때문에, (미 쇠고기와 비교했을 때에도) 경쟁력 있는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목표를 18개월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인도 살아남기 위해 한우 출하월령 단축을 도전한 만큼, 한우 농가들도 살아남기 위해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농장 운영도 기업과 똑같다. 기업도 계속 적자가 나면 결국 부도가 나지 않나.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가격이 올라가면 돈을 벌고, 떨어지면 가격을 못 버는 구조가 이어진다. 저는 가격이 내려가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봤을 때, 한우농장 10곳 중 6곳은 실질적으로 큰 이익을 못 보고 있다”며 “한우 농가를 보면 복합 농업을 많이 한다. 한우에서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밭이나 벼농사에서 이익이 나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우 사육은 경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준비가 안 된 농가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한우 농가들도 자구책을 세워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