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초등 교사 10명 중 6명 “정보 교과 개설 필요해”

2024-10-20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정보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실과 교과 내에서 정보 교육이 진행돼 교육 연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에듀플러스가 11일부터 15일까지 초등학교 교사 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7%는 초등학교 정보 교과 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20.5%, 모르겠다가 12.9%였다.

초등학교 정보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정보 교육 관련 시설(34.4%)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 교육 시수(21.4%), 정보 전문교사(19.8%), 정보 교육 교과(18.8%) 등의 순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현재 초등 실과 교과 안에서 소프트웨어(SW), 로봇 등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실과라는 교과 안에서 진행되다 보니 보다 폭넓은 정보 역량 차원의 내용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육의 수업 배당 시수는 34시간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17시간)보다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정보 수업이 내실 있게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부가 정보 수업 시수를 늘려 편성했지만, 정보 수업이 6학년 2학기 가장 마지막 장에 배정돼 있어 비디오 보는 시간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초등도 중·고등 교육과정처럼 정보 교과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구덕회 한국교육학회장은 “우리나라 모든 교과는 초등부터 중·고등까지 연계성으로 교과군이 연결되어 있지만 정보만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면서 “시대가 변해 디지털 소양이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초등 정보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부실한 초등 정보 교육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컴퓨팅 사고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초등 교육 내 관련 수업이 턱없이 부족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학원이 학교 정보 수업보다 다양한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선택했다”면서 “아들이 코딩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학원을 보내고는 있는데 학원비가 너무 비싸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정보 교육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음에도 정규 교육과정으로 안착하지 못해 일회성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국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선도학교, 시범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사가 아닌, 외부 강사 등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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