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디지털화하니 정답률 30% 낮아” 아날로그로 돌아간 스웨덴

2024-10-20

같은 수업 내용을 가르친 뒤 시험을 봤을 때 디지털 기기 없이 배운 학생보다 디지털 기기를 켜놓고 학습한 학생의 정답률이 30% 가량 떨어진다는 스웨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9월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교육 체제를 디지털 교육 중심에서 책이나 손글씨 중심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뢰로 국회도서관이 번역한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진의 ‘전국 학교 체계 디지털화 전략 발의에 대한 의견서’(2023)에는 이같은 결과를 비롯해 교육 디지털화 전략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담겼다. 연구진은 심리학, 인지신경과학 교수들로 꾸려졌다.

연구진은 교육의 디지털화 정책 추진을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던 국가교육청은 교육의 디지털화가 고용 시장의 인력 공급을 개선하고 기술 교육의 성별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연구진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디지털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학교의 디지털화가 고용시장의 인력 공급을 개선할 것이라는 국가교육청의 주장은 인과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동시에 스웨덴 국가교육청이 교육의 디지털화가 불러온 단점은 외면하다고 있다고 봤다. 특히 디지털 도구가 “집중 능력과 작업 기억을 방해하므로 나아가 학습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사용하게 하자, 수업 시간의 최대 40%를 학습 내용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중요하지 않은 것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수업 중 노트북을 사용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나눈 다음, 수업이 끝난 뒤 수업 내용에 관해 질문을 하자 “노트북을 열어 두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정답률이 30% 낮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의견서에서 교육이 디지털화가 문해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화면에서 읽거나 화면에 쓴 정보는 책에서 읽은 정보보다 기억하기 더 어렵다”는 점을 입증한 선행 연구결과들이 있다면서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는 것보다, 화면을 통해 내용을 읽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커 독해력 학습 발달 저해가 나타난다”고 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면 “심도 있는 분석 대신 빠른 속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우선시하도록 체득할 수 있고, 이는 금세 잊게 될 피상적인 지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디지털 출처에서 직접 지식을 검색해 읽는 내용이 거짓일 위험도 크다”고 했다. 연구진은 교육의 디지털화가 “가정에서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없는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내년 3월 초·중·고 일부 학년에 도입될 한국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도 정책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AI 교과서가 시범 도입이나 정책 효과 검증 없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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