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교육은 하나의 맞춤형 브랜치(branch)로 도입되어야 한다

2024-10-20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스위스의 국제 교육재단(IBO)에 의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는 제주와 대구에서 운영의 본보기를 보였다. 철저한 관리와 인증 시스템을 가동하는 IB교육은 독서와 에세이를 두 축으로 하면서, 학생 주도의 분석, 탐구, 응용, 토론 등으로 진행된다. 자발적 성장을 돕는 이 교육 요소들은 과거 이념 정책이었던 혁신교육, 2015 이후의 개정교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의 궁극적인 교육 지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IB교육 도입이 설령 정책적 이슈의 일면이 있다 하더라도 우수하고 방향성 있는 교육 모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최적화된 교육 모델을 상이한 조건 안에 도입하거나 적용할 때는 반드시 수용적 측면의 여건과 가치를 점검해야 한다. 우리 것으로 재탄생되는 수정 모델을 감안해야 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오직 실험에만 머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입 지점의 제반 여건을 충분히 분석한 학교-학생-교사 중심의 적용만이 성공을 담보한다. 교육 특성에 부합하는 학생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하고, 수업설계 역량을 발휘할 교사가 한 몫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IB교육이 그 자체로 상위 학습 모델은 아니다. 다만 각 단계마다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본 학력이 요구되기에 대상 학생들에게는 기초를 넘어선 학력 수준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IB교육은 학교 단위로 도입해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이 있다. 단계를 소화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에는 일면 그들의 교육적 희생을 방관하는 안일함이 있다. 

 제주의 IB교육 도입이 굳이 표선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것, 대구의 도심에서 학교 단위가 아닌 학급 운영으로 IB교육을 시도한 것은, 그만큼 적용의 제반 조건을 심도 있게 고민한 것이었다고 본다. 이미 경험한 지역의 결과 보고서는 마땅히 우리 지역에 맞는 IB교육 도입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중도 이탈 또는 만족도가 낮은 학생, 적용 자체를 부정하는 교사, 학교 운영상의 갈등과 고민 등을 그 이유와 해결책 차원에서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고민의 방향은 정책의 이슈화가 아니라 소수라도 교육적 수혜를 탁월하게 받아갈 학생이 중심이어야 한다. 관심학교, 준비학교, 인증학교로 가는 단계에서 교육적 효용이 증대되면서 그 적용 학생이 점차 늘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긴 과정으로 담아야 한다. 이슈적 정책으로 성급한 학교 모델링을 시도한다면 과도한 예산 감당과 함께 운영이 주객전도로 빠질 수도 있다. 

상당한 수준의 정점에서 IB교육을 소화할 DP 과정은, 원론적으로는 대입 지원이 가능하다지만 절박한 우리의 입시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되기에 우리의 IB교육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집중 적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어느 단계든 IB교육을 철저하게 하나의 브랜치로 적용해 간다면, 소수의 맞춤형교육은 점진적인 성공을 보장할 것이고, 양적, 질적인 교육적 효용의 확산도 기대함직하다. 결국, IB교육을 비롯한 맞춤형교육의 다양한 브랜치가 각각 적절한 학생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적용되는 것은 그 자체가 미래교육의 큰 축이 될 것이다. 학교교육이 하나의 교육 모델로 전체 학생을 일률적으로 통괄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 교육이고 미래학교이기 때문이다.

/송영주(<고등학교 교육을 말하다> 저자∙전 군산동고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영주 #IB교육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