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연휴맞이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는 SK텔레콤 가입자 서모(38)씨 부부는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갈 생각이다. 유심보호서비스만 가입해도 충분하다는 설명 때문에 유심 교체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뒤늦게 해외 로밍은 보호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공항에서라도 유심을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서씨는 “인터넷에서 공항 로밍센터 대기가 1시간 훌쩍 넘게 걸린다는 글을 보고 일찍 나서기로 마음먹었다”며 “비행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출국 대기 시간에 유심 교체 시간까지 더해지니 그냥 하루를 다 날리는 셈이 됐다”고 했다.

5월 초 황금연휴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이미 계획했는데 아직 유심(USIM) 교체를 못한 SKT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SKT 측은 당일 출국자를 대상으로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심 구매도 방법
유심 교체를 하지 못한 채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용자들이 택할 수 있는 첫 번째 선택지는 공항에서 출국 당일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다. 현재 SKT의 유심보호서비스와 해외로밍서비스는 동시에 가입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유영상 SKT 대표는 “공항 로밍센터에 필요한 유심을 최우선으로 공급하고, 유심교체 처리건수를 3배 이상 늘리는 등 업무처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간관계상 유심 교체를 못했어도 SKT에서는 다른 보안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유심보호서비스를 해지하고 해외로밍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고 설명한다. FDS(비정상인증시도 차단) 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다. SKT 관계자는 “2023년도에 FDS를 도입하고 나서 한번도 오탐지가 된적이 없다”고 말했다.
불안하다면 기존 유심보호서비스는 그대로 두되, 이심(eSIM)을 구매‧설치해 여행지에서 쓰는 방법이 있다. 김용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FDS의 오탐 가능성이 없지 않아, 해외여행 시에는 유심보호서비스를 유지한 채로 데이터 이심을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심이 가능한 최신 스마트폰만 이 방법을 쓸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애플은 아이폰XS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 Z폴드‧플립4, 갤럭시 S23 이후 모델부터 지원된다.
SKT “14일부터 해외로밍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 이용”
SKT는 이달 14일부터 시스템을 개선해 해외로밍을 이용하는 중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작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T는 이달 중순쯤 ‘유심 포맷’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심 포맷은 유심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기존 유심 교체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새로운 유심을 물리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면, 유심 포맷은 “SKT 이용자가 가진 유심 정보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변경해 유심 교체 없이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SKT 해킹사태 여파로 SK텔레콤의 지난달 이탈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이다. 전월(12만6171명) 대비 87.8% 증가했다. KT로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8만6005명, 알뜰폰으로 5만5043명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