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유심칩 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통신 보안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 자회사인 알뜰폰 브랜드 ‘SK7모바일’의 대응은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번호이동 차단, 고객센터 마비, 홈페이지 정보 부재 등 기본적인 고객 대응조차 무너진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몫이 됐다.
문제는 단순한 해킹이 아니다. 사태가 벌어진 뒤 드러난 SK7모바일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이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반면, 같은 SKT 망을 공유하는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KB Liiv M)'은 초동부터 유심 교체와 보호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3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K7모바일 고객 A씨는 최근 KT로 번호이동을 시도하다 ‘BF1026’ 오류로 절차가 막혔다. 이유는 과거 통합 청구서 등록 이력이었지만, 이를 설명해주는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객센터는 주말은 물론 평일 오전에도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A씨는 “이 정도면 민원 처리를 포기한 수준”이라며 “유심이 해킹당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아무 대응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SKT 본사에서 유심을 무료 교체해준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SK7에서는 그런 내용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본지 역시 SK7모바일 본사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마찬가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는 해킹 관련 안내는 물론,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도 설명이 없다. 고령층이나 비숙련 사용자들은 통합계정 해제 방법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사실상 ‘방치’ 수준이다.

이에 반해 같은 SKT망을 사용하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 Liiv M’은 고객 보호를 위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유심 보호를 기본 설정으로 바꾸고, 전국 영업점에 유심을 넉넉히 배포했다. 교체를 원하는 고객은 대기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 배송도 이틀 안에 완료됐다.
KB국민은행 측은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단위 대응 매뉴얼을 즉각 실행했다”고 밝혔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에서도 리브모바일은 정보 유출이나 피해 사례가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망,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토록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결국 ‘책임감’의 차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에 대한 통제도,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유심 교체는 가능하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정작 그 사실을 알리는 창구는 없었다. 무책임한 구조 속에서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요금만 싸다고 알뜰폰을 선택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위기 대응력, 고객 보호 시스템이 통신 서비스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통신 3사 계열 자회사가 여전히 ‘무책임한 외주’ 수준의 운영을 반복한다면, 그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책임 있는 모회사’로서 자회사 대응에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고객 혼란을 수습해야 할 때다.
[ 경기신문 = 박희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