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스위치 내려”…인류 메신저 ‘보이저호’에 생명 연장 특단 조치

2025-03-06

보이저 1·2호서 1기씩 관측장비 작동 중지

전력 소비 최소화…2030년대까지 운영 예상

외계 생명체를 향한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초장거리 우주 탐사선 보이저 1·2호에 ‘긴급 절전’ 조치가 내려졌다. 관측 기기를 잇따라 끄는 방법으로 전기를 아껴 수명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노후화로 인해 이르면 올해 ‘셧다운’이 예상됐던 보이저 1·2호는 이번 조치로 2030년대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1977년 자신들이 발사한 보이저 1·2호에 실린 일부 관측 장비에 대한 작동 중지 사실을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NASA는 보이저 1호에서 ‘우주 방사선 하위 시스템(CRS)’을 지난달 25일 껐으며, 오는 24일에는 보이저 2호에서 ‘저에너지 하전 입자 분석기(LECP)’ 작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SA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보이저 1·2호 임무 기간이 50년이 가까워지면서 관측 기기 작동을 위한 발전 장비가 노후됐기 때문이다. 보이저 1·2호에는 ‘플루토늄-238’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가 실려 있다.

그런데 RTG 발전 능력이 매년 떨어지면서 NASA는 1990년대부터 중요성이 낮은 관측 기기를 대체로 수년에 한 번씩 작동 정지하고 있다. 최근 RTG가 더욱 약해지면서 이번에는 작동을 멈춰야 할 기기가 불과 한 달 간격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2호에는 지구에서 발사될 때 같은 목적의 관측 기기가 10기씩 쌍둥이처럼 실려 있었다. NASA의 이날 발표와 지금까지 작동 정지된 관측 기기를 더해 보이저 1·2호에서는 앞으로 각각 3기의 관측 기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NASA는 “절전을 통해 두 우주 탐사선이 적어도 하나의 과학 기기를 2030년대까지 작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탐사선은 이르면 올해 완전한 작동 정지가 예상됐다.

NASA가 보이저 1·2호를 사력을 다해 지키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인공물이어서다. 태양계 밖 우주 환경을 알려주는 소중한 존재다. 지구에서 전파를 쏘면 보이저 1호에는 23시간, 2호에는 19시간 30분이 걸려야 닿는다.

먼 우주를 항해하는 만큼 보이저 1·2호에는 다른 탐사선에는 없는 특별한 장치가 붙어 있다. 보이저호를 발견할지 모를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를 소개하는 ‘골든 레코드’다.

구리에 금을 입힌 지름 30㎝의 원형 기록장치인 골든 레코드에는 음악 27곡, 인류의 일상을 담은 사진 115장, 그리고 55개국의 인사말이 실렸다. 골든 레코드는 세계적인 천문학자이며 과학기술 대중화에 매진했던 칼 세이건 박사가 주도해 만들었다.

NASA는 “보이저 1호와 2호는 매 순간 인류의 발자취가 닿지 않았던 곳을 비행하고 있다”며 “두 탐사선이 오래 우주를 탐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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