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롯데손해보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 규모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면서 손해율까지 폭등한 상태다.
3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내 손해보험사 17개 중 롯데손해보험 손해율이 124.0%를 기록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해 롯데손보 손해율(92.5%) 대비 30% 이상 폭등한 수치다.
보험사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는 건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크다는 의미다. 산불 피해로 손실이 확대된 농협손해보험(122.3%)로 뒤를 이었으며, 이어 △하나손해보험 97.7% △MG손해보험 90.8% △신한EZ손해보험 90.1% 등으로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올해 급격히 롯데손보 손해율이 악화된 건 특정 상품에서 손해액이 확대된 영향으로 관측된다. 상품별로는 퇴직연금 상품 손해율이 185.7%로 가장 높았고, 이외 개인연금(138.8%)과 상해보험(112.5%)에서도 100%를 웃도는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퇴직연금에서만 1조2513억원 보험금을 지급해 해당 상품 손해율이 작년(99.7%)보다 86%p 크게 악화됐다. 전체 보험금 지급중 86.3%(1조810억원)가 해약환급금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해지로 인해 1조원 이상 보험금 지급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손보 퇴직연금 운용적립금(DC·DB·개인IRP)은 1조3461억원으로 작년말(1조5128억원) 대비 1600억원가량 감소했다. 신규 계약유치로 퇴직연금 이탈을 일부 방어한 모습이다.
롯데손보 퇴직연금 운용적립금 규모는 금융감독원이 사업자별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9년(2조7287억원) 이후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2020년 2조7045억원 △2021년 2조5733억원 △2022년 2조4141억원 △2023년 1조8758억원 △2024년 1조5128억원 등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할 2019년 당시 롯데그룹과 계열사 캡티브 퇴직연금 물량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 물량(약 8700억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롯데계열사 외 롯데손보 퇴직연금에 가입한 일반 가입 고객들이 점차 이탈해 전체 적립금중 절반 이상을 계열사에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전체 운용규모도 인수 당시와 비교해 절반 가량 축소됐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해지로 인해 퇴직연금 적립 규모에 일부 변동이 있었으나 신규계약 유치 등이 병행되고 있다”며 “아직 연중이기에 실제 순변동 폭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1분기 롯데손보 순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보험사 미래 이익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도 2조258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소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