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인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산불 등 자연 재해 영향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보험금 지급이 증가한 환경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이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일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1547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회사 측은 실적 하락 배경으로 실손의료보험과 정책보험 등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점을 꼽았다. 보험사고는 발생했지만 고객이 아직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을 의미하는 미발생보고손해액(IBNR)이 늘어난 점도 실적에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농협손보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한 8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협손보는 올 초 강원·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가 주요 실적 감소 요인이라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 피해가 심화된 점도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사는 올 1분기 실적에서도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 특성상 농업인과 지방 거주자의 가입 비중이 높은 만큼, 올 초 산불 피해로 인해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산림청이 집계한 올해 초 산불 피해 면적은 10만4788헥타르(ha)로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피해가 컸다. 또 사상자도 86명(사망 32명, 부상 54명)으로 예년보다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농작물재해보험을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농협손보의 경우, 작물 피해 급증으로 실적에 타격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농협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61.8% 감소한 204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관련한 보험금 청구가 추가로 예고되는 한편,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추가 피해가 예고되면서 실적 부진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양사 모두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영업 경쟁력을 키워 수익성 지표를 전년 대비 개선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농협생명은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올해 초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4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손보도 연초보다 800억원 높은 1조5909억원의 CSM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농협생명과 농협손보가 각각 보장성보험과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온 점이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월납환산보험료(APE)는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한 8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농협손보도 장기보험 확대 전략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상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양사는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해 재무 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 조치 전 기준으로 각각 258.0%, 172.8%를 기록해,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상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초 전망됐던 실적 감소보다는 양호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양사 실적을 보면 보장성보험과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수익성 기반을 다진 점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체력을 키워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