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이 진정한 국민 통합의 길이다

2024-12-17

탄핵 이후의 길 ③

세계 10위권 선진국에 들어서서 G8 진입을 바라보며 날마다 새로운 K시리즈의 성취에 열광하던 국민에게 계엄사태는 긍지와 자부심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참담한 사변이었다. 그러나 이는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모순이 극대화해 폭발한 것이다. 올 것이 온 것이고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민주당의 극단적 방탄정치로 의회정치가 불능화하고, 행정부가 기능부전에 들어가고, 사법절차가 훼방 받으며 인화물질이 쌓였고, 거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뜸 불을 질러버린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부초 같고 ‘떴다방’ 같은 체제가 근본 문제였다. 정치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이 갑자기 벼락스타가 되어 정계 입문 9개월 만에 세계 10위 선진국의 최고지도자가 되는가 하면, 전과와 범죄 혐의를 주렁주렁 단 사람이 야당의 대선 후보와 당 대표 자리를 꿰차 정치를 농단했다.

권력집중은 정치 불신·불안 근원

대통령 임기나 권한 축소하든지

내각제·이원정부제 등 고민해야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은 망가졌고, 소위 87년 체제는 수명이 다했다. 여야, 좌우할 것 없이 정치는 4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상태다.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정도를 넘어 피땀 흘려 이룬 성취를 갉아먹고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대한민국은 나쁜 정치, 실패한 정치에 의해 폭망하느냐, 막장 정치를 혁파해서 진짜 선진국이 되느냐의 기로에 있다. 우리가 이뤄온 기적적 성공의 역사는 후자 쪽에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전화위복의 반전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대표의 형사재판에서 사법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일차적 과제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모두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법에 따라 탄핵심판은 6개월 이내에, 형사재판은 2·3심 각각 3개월 이내에 종료돼야 한다. 기한에 편차가 있어서도 안 되고, 법 적용에 오류가 있어서도 안 된다. 재판 진행, 판결, 법적 논거에 부실이나 편향이 있으면 그것은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조기 대선을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국가적 비상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두 사건에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것을 엄중히 인식하고 건곤일척의 재판을 해야 한다. 가장 경계하고 피해야 할 것은 정치재판, 여론재판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어떤 체제를 만들 것이냐를 결정하는 선거여야 한다. 대선을 대한민국 체제를 혁신하는 정치혁명의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권력구조다. 5000만 국민은 ‘글로벌 톱 맨파워’로 성장했는데, 아직도 제왕의 지도체제를 붙들고 있는 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불균형이다. 제왕적 권력은 투전꾼의 발호, 집단 패싸움, 국가 분열을 부추기는 진원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발달하고 시스템이 선진화되면서 분권이 대세고 시대정신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권을 해야 진정한 국민통합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축소하든지,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를 해야 한다.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는 내각불신임이나 조기 총선을 통해서 변화된 민심을 즉각적으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하다. 잦은 선거가 정치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원론적 이야기일 뿐이다. 정치 불안의 근원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다. 정치권엔 국민의 분노가 동력이고, 특히 야당은 이를 무기 삼아 국정을 뒤흔든다. 한국 같은 대중 정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서 민심을 국정에 적시에 반영하여 대중의 분노 게이지를 낮추는 것이 정치안정의 필수 요건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당초 주장대로 중대선거구제를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의석수와 득표수의 비례로 여야 간 균형이 맞춰져서 민주당의 극단적인 방탄정치와 오늘의 이 끔찍한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계엄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정, 수사, 재판 등 각 기관이 엄정한 복무자세로 각자 주어진 소명을 다 해야 한다. 정치권은 눈앞의 이익에 눈멀어 나라는 안중에 없는 정치꾼, 정상배의 모습을 더이상 보이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이념과 정파에 휘둘려 편싸움에 들러리 서지 말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혁신하고 어떤 체제를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국민적 숙의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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