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열치유

2024-07-01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올여름은 무더위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평년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무더웠다. 날씨도 극단적이다. 중부지방은 폭염으로 신음할 때 제주지방은 장마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이런 양극단 날씨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장마가 끝나면 이어서 닥칠 무더위와 싸워야 한다. 더위를 이겨내려면 많은 에너지 소모가 뒤따른다. 심하면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난다. 힘이 빠지고 호흡이 빨라진다.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근육 떨림 현상도 나타난다.

도심에서의 무더위는 더 심각하다. 아스팔트 도로가 뜨거운 복사열을 뿜어낸다. 콘크리트 건물도 마찬가지다. 태양열을 낮추기보다는 오히려 더 끌어올린다. 그렇다고 지켜만 볼 수도 없다. 열을 끌어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거나 살수차로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를 식힌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만 체험할 뿐이다. 거대하고 광범위하게 비치는 태양열을 통제하기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한다. 냉방시설 공간에서 지내도록 한다.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피하도록 한다. 이는 무더위 건강을 위한 인위적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나무숲은 인위적 공간이 아니다. 자연이 만든 숲해열치유 공간이다. 무더위가 심할수록 숲은 더 서늘하고 상쾌하다. 누구나 도심의 도로를 걷다가 나무가 우거진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느낀다.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힘들었던 피부가 가장 빨리 반응한다. 땀으로 막힌 숨구멍이 열리면서 생기가 돈다.

이렇듯 나무는 여름의 절정기에 이를수록 더 시원함을 제공한다. 이는 한 해 동안 써야 할 식량을 최대로 생산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쯤 나무의 광합성 공장은 온도를 끌어올리는 햇빛과 함께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광합성 공장은 나뭇잎이다. 나뭇잎은 햇빛을 직접 받는 윗부분과 그 반대쪽인 아랫부분으로 나눈다. 아랫부분에서는 작은 구멍 기공이 있다. 기공은 일반적으로 낮에 열리고 밤에 닫힌다. 햇빛의 세기에 따라서도 열림의 크기가 달라진다. 기공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나무속으로 빨아들이고 산소와 수증기를 대기로 내보낸다.

나무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광합성을 거쳐 대기로 배출할 때는 수증기로 바뀐다. 물이 수증기로 바뀔 때는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전자에 있는 물이 가스레인지 불로 열에너지를 공급하면서 100℃에 이를 때 수증기로 변한다. 열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주전자 물은 끓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처럼 액체인 물이 기체인 수증기로 변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열에너지가 공급돼야 한다.

나뭇잎에서도 마찬가지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이 나뭇잎에서 광합성작용을 거쳐 수증기로 바뀔 때도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열에너지는 나뭇잎 주변에 있는 대기열이다.

이처럼 나무들이 숲속 대기열을 소비하기 때문에 숲 내부 온도는 외부보다 무려 10℃ 이상 낮아진다.

수많은 나무가 울울하게 모여 있는 숲.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강하게 비치는 햇빛을 받으며 식량 생산에 여념이 없다. 그만큼 대기열 소비도 많아진다. 그래서 한여름 숲은 절정의 해열치유 기간이다. 올해도 숲해열치유로 폭염의 공격을 시원하게 물리치고 싶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