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검사 울게 한 ‘일용직 퇴직금’ [양종곤의 노동 톺아보기]

2025-10-18

최근 ‘쿠팡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던 한 검사가 국회에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눈물을 흘려 주목받고 있다. 법원에서 판례로 확립된 일용직 퇴직금이 최저임금처럼 ‘당연한 제도’로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급여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 고용형태와 무관하다는 의미는 일용직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시간이다.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지는 4주간 근로시간 평균으로 계산한다.

일반인들이 일용직 퇴직금에 대한 오해는 일용직의 고용 형태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오해는 고용관계가 하루(출퇴근)인 일용직이 1년 이상 근무란 퇴직금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법원은 형식상 일용직이라도 고용 관계가 계속된 이들을 상용근로자로 본 판례를 확립했다. 법원이 근로 관계를 판단하는 대원칙은 ‘형식’(고용형태)이 아니라 ‘실질’(종속성)이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이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서 연 ‘쿠팡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관련 토론회에서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용근로자가 특정 사용자의 일용근로계약 청약에 대체로 승낙하고 주로 이 사용자에 노무를 제공해왔다면, 둘의 관계는 ‘일용’이 아니라 ‘계속적 관계’로 볼 수 있다”며 “일용근로자는 이 같은 특정 사용자 관계에 따라 실질적으로 ‘상용’(근로자)으로 사용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해석은 2011년 7월 헌법재판소가 계속근로시간을 판단한 법리와 일치한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도 일용직 퇴직금에 대한 판례와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은성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장이 지난해 ‘쿠팡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경기지청은 “근로계약이 1일 단위로 체결되고 근로일마다 근로관계가 단절된다”며 한 일용직이 진정을 낸 퇴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용직 퇴직금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여러 사업장에서 퇴직금을 두고 노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일용직 규모는 약 91만 1000명이다. 이는 전체 취업자 수의 약 3.2%로 적지 않다. 하 노무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용직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로 인해 주휴수당,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퇴직금과 같은 일용직 근로자의 권리와 일용직에게 적용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은 해석론에 의존한다”며 “입법 공백을 이용해 노동관계 법령을 회피하는 시도를 막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근로기준법 안에 다양한 고용형태를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국회 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눈물을 흘린 문지석 부장검사는 작년 자신이 맡았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이 상관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무혐의·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는 문 검사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쿠팡CFS가 2023년 취업규칙을 부당하게 변경해 일용직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했는지를 가리는 게 쟁점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철 쿠팡CFS 대표에게 “불합리한 취업규칙을 폐기해 퇴직금을 빨리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취업규칙을 바꿔 기존처럼 일용직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저희 의도는 퇴직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저희 의도와 달리 많은 오해와 혼선과 이런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시 (취업규칙을) 원복(원상복구)하기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일용직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반 사항을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검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면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다”며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의 잘못이 있다면, 저 포함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