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안정적인 판로 확대로 매출 증가
마케팅부터 품질 관리까지 지원
작년 제조·납품 업체 550곳 돌파
“라인업 확대, 성공사례 늘어날 것”
충북 진천군에 있는 ‘더자연처럼’은 쿠팡 자체 브랜드(PB) ‘곰곰’ 제품에 들어갈 잎채소를 납품하는 업체다. 9917㎡(약 3000평) 규모의 자체 농장에서 총 25종의 잎채소를 키우고 있다. 기존에는 도매시장에 직접 채소를 판매했으나, 지난 2019년 쿠팡의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에 케일·루꼴라·로메인 등 다양한 채소를 납품하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더자연처럼은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로 2023년엔 사업 첫해인 2018년 대비 30배 넘는 매출을 냈고, 지난해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엄태희 더자연처럼 대표는 “도매시장 납품만 할 때는 물량이나 매출 걱정이 많았는데 CPLB 입점 후에는 판매는 쿠팡에 맡기고 오로지 상품 품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어려움 쿠팡 납품으로 극복
곰곰·탐사·코멧·비타할로 등 쿠팡 PB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제품을 납품하는 지역 중소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는 선순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CPLB의 파트너사 10곳 중 9곳은 중소 제조사들로, PB 제품 수와 판매 수량의 약 80%를 책임진다.
지난해에는 쿠팡 PB 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 제조사의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550곳을 돌파했다. 이는 2019년 말 160여 곳과 비교해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피엘비 매출은 2023년 기준 1조643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했다. PB상품의 매출 증가로 중소 제조사들도 전년 대비 20% 가량 매출이 뛰었다. 550곳의 중소 제조사의 80% 이상은 제주·충청·경상·전라도 등 지역에 있고, 이들 중소 제조사의 고용 인원은 2만3000명에 달한다.
식품·공산품 등을 생산하는 이들 중소 제조사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데다 수시로 닥치는 경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PB상품 납품은 급한 불을 꺼 매출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체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부산에서 ‘곰곰 순살 고등어’ 등을 만드는 수산물업체 ‘등푸른식품’은 쿠팡 입점 전 재고관리 실패 등으로 60억원의 손해를 겪어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등푸른식품 이종수 부사장은 “법정관리에 돌입했지만, 쿠팡은 그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거래를 제안했고 위기 극복의 동아줄이 됐다”며 “매출은 2019년 입점 이후 29배인 86억원대로 성장하며 법정관리를 졸업했다”고 말했다.
중소 제조사들은 “물류투자로 전국에 ‘쿠세권’을 넓혀 2000만 명 이상 고객을 확보한 쿠팡만큼 안정적인 판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광주시의 슈퍼푸드 전문업체 ‘애드웰스’는 CPLB의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제품력을 향상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2년 쿠팡 PB 납품을 시작한 애드웰스는 이듬해 매출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풍승애드웰스 대표는 “마케팅부터 판매, CS까지 쿠팡이 도맡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력을 키우는 데에만 회사의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다”며 “CPLB에서 주기적으로 품질 검사 및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품질 개선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설비 투자 등 선순환 이어져
PB납품으로 자생력을 키운 중소 제조사들은 생산기지 투자와 파트너십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진다. 더자연처럼 엄 대표는 “쿠팡과 손을 잡은 이후 공장 면적을 1.5배 확장했고 자동화 설비도 도입해 포장 효율을 높였다”며 “곰곰 채소 매출 증대로 지역 농가와 협업이 늘고 있고, 연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전북 부안의 수산물 제조업체 ‘곰소천년의젓갈’은 2020년 PB납품 이후 매년 30% 성장, 매출이 5억원에서 52억원으로 뛰었다. 박진성 곰소청년의젓갈 대표는 “쿠팡과 거래를 시작한 덕분에 스마트팩토리 등 자동화 설비를 대대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CPLB는 중소기업과 협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CPLB는 최근 ‘엘르 파리스’ 브랜드 스킨케어 라인 4개를 신규 론칭하고 앰플·크림 등 18개 상품을 선보였다. 공개 입찰을 통해 ㈜피에프네이처·다비드화장품 등 중소기업들이 대형 제조사들을 제치고 쿠팡의 협업사로 최종 선정됐다. CPLB는 이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공수한 고가의 원료 기반의 고품질 제품을 공동 개발한다.
㈜피에프네이처 대표는 “그동안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했으나 대형 유통 업체의 높은 수수료와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쿠팡과 협업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PB 제품 라인업이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면서 협업 중소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