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맛과 향 ‘토마토’…과일이든 채소든 무슨 상관이랴

2024-07-01

토마토만큼 많은 논란을 유발하는 과일도 없다. 요리에 많이 사용하니까 채소가 맞는 것 같은데 달콤하게 후식으로 먹기도 하니 과일인 것 같기도 하다. 식물학적으로 과일이 맞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채소이다. 이런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건 토마토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다재다능한 과채류이기 때문이다. 날것 그대로 또는 말린 토마토를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물에 데쳐 퓌레나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덜 익은 녹색 토마토를 장아찌로 담가 먹기도 하고 통조림으로 저장해 오래 두고 먹기도 한다. 한때는 같은 가짓과 식물이면서 독초인 맨드레이크를 닮았다는 이유로 유럽인들에게 냉대를 받기도 했지만 현대 스페인·이탈리아 요리에서 토마토를 뺀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토마토가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 것은 물론 그 맛과 향 때문이다.

요리에서 토마토는 마치 다시마와 비슷한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토마토에는 글루탐산이 풍부해 소스에 감칠맛을 끌어올려준다. 토마토의 향기 또한 요리에 깊이를 더해준다. 토마토에는 고기와 버섯 향을 내는 황화합물이 다량 들어 있다. 품종과 익은 정도에 따라 푸릇푸릇한 풀향, 익힌 사과향, 캐러멜향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향기에 감칠맛은 강하지만 다른 과일과 비교하면 당 함량은 낮은 편이다. 생토마토 100g에 당류 2.4g, 그보다 조금 달콤한 방울토마토에 들어 있는 당류도 3.9g에 불과하다. 100g을 먹어도 25㎉를 넘지 않으니 칼로리 걱정 없이 먹어도 되는, 과일 같지 않은 과일인 셈이다.

토마토를 익혀 먹거나 잘게 잘라 올리브유 등의 기름과 함께 먹으면 라이코펜이라는 붉은색을 띠는 지용성 항산화 물질이 더 잘 흡수된다. 하지만 토마토에는 열에 불안정한 비타민C·엽산 등의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요리해서 먹는 것과 그대로 먹는 것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토마토를 즐겨 먹는 건 건강에 유익하다. 토마토를 많이 먹는 사람은 전립선암 위험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다만 그러한 건강상의 유익이 토마토 속의 라이코펜 같은 특정 성분 때문인지 토마토 속의 다양한 생리활성물질 덕분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특정 성분을 농축한 영양제보다는 토마토를 먹는 게 맛도 좋고 건강에도 더 유익할 가능성이 높다.

가지에 붙은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그대로 구워 요리에 곁들인 것을 보면 토마토의 역사가 떠오른다. 농사와 육종을 통해 지금은 노랑·주황·빨강·초록 등의 다양한 색깔에,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 다른 여러 토마토 품종이 있지만 그 시작은 남아메리카 페루·에콰도르의 야생 덤불에 달린 방울토마토를 닮은 조그만 과일에서부터다. 요리사이며 푸드라이터인 장준우 작가의 타파스 바 ‘어라우즈’에는 토마토를 활용한 요리가 많다. 토마토 콩피(기름에 재료를 넣고 장시간 저온 조리하는 기법)와 모차렐라·바질을 입에 넣으면 한여름 그늘에 쉬면서 초록빛 가득한 숲을 바라보는 듯하다. 강렬한 여름 햇빛에 저항하며 토마토를 붉게 물들이는 라이코펜 같은 색소 물질(카로티노이드)은 자외선으로 생긴 피부 손상과 노화를 줄여줄 수 있다. 이러니 잘 익은 토마토를 보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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