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진정한 얼굴과 마주하는 방법? 스마트폰을 꺼라

2025-09-13

스마트폰은 경기 관람을 한층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즉각적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진 팬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를 통해 맛볼 수 있는 몰입과 긴장감은 약화되고 있으며,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해방감 또한 점차 희석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최근 “결국 축구장이 제공한 독특한 자유와 즐거움은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며 스마트폰이 잠식하고 있는 작관의 묘미를 아쉬워했다.

가디언은 1980년도 일화를 예로 들었다. 그해 11월 글래스고 인근 파틱 시슬의 홈구장으로 가던 13세 소년 케니 파이퍼는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감독이 벤치에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당시 그는 신문도 잘 읽지 않았고, 라디오를 휴대할 만한 장비도 없었다. 버티 아울드 감독의 사임 소식을 다음날 일요일 신문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팬으로서의 충격은 컸다. 가디언은 “45년이 흐른 지금, 같은 장면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며 “경기 중이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감독 교체 뉴스와 실시간 분석이 순식간에 전송되며 관중석 몇 줄 앞에서는 젊은 부부가 직접 보고 있는 경기를 휴대폰으로 중계 시청하며 판정 여부를 확인한다”고 전했다. “명백한 오프사이드”, “레드카드 감”이라는 중계식 논평은 주변 관중들의 고개를 끌어당겼고, 결국 모두가 휴대폰 화면에 의존해 순간 판정을 소비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축구 그 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 관중의 감각과 뇌의 습관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미국 저술가 크리스틴 로즌은 저서 ‘경험의 멸종’에서 “기술은 경험을 지나치게 개인화해 기다림과 불편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축구팬들은 이제 티켓을 앱으로 즉시 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기다림이 멸종된 셈이다. 가디언은 “예전에는 원정 응원을 떠나는 것 자체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도전이었다”며 “지금은 교통망 개선과 정보 접근성 확대로 특정 빅클럽 경기에 팬들이 몰리면서 지역 중소구단이 쇠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다림이 전제였던 시절엔 선택지가 없어 인내했지만, 이제는 언제든 다른 옵션을 찾거나 분노를 즉각 표출한다는 뜻이다.

이 조급함은 이적시장과 감독 거취 문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두 경기 부진에도 SNS에는 “해임 불가피”라는 단정적 반응이 넘친다. ‘노동자의 스포츠’를 자처하는 축구에서 타인에게 생계를 쉽게 포기하라는 요구가 아이러니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한 관람은 현장의 감각을 희석시킨다. 터치 몇 번이면 다른 경기 득점 소식이 전해지고, 관중석에서는 하이라이트 클립이 더 큰 반향을 얻는다. 가디언은 “이는 곧 ‘현장에 있으면서도 현장에 없는’ 모순적 체험으로 귀결된다”며 “오랜 팬들이 말하는 ‘잔디 냄새와 작은 실수의 묘미’는 점차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티켓 구매의 간소화나 경기 정보 접근성은 분명히 좋아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라진 것도 있다. 구단 게이트 앞에서 마주치는 인사, 표를 사며 나누는 짧은 대화, 기다림 속에서 쌓이는 공동체적 경험 등이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인간적 교류와 축구가 제공한 소속감의 핵심이기도 하다. 58세 중년이 된 파이퍼는 “축구는 90%가 잊히지만 나머지 10%의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며 “그 10%의 놀라움과 환희는 오직 기다림과 주의 깊은 관찰 속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조급증에 잠식된 스마트폰 시대에 ‘지루함’은 결코 불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팬 경험의 본질적 자산이라는 역설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스마트폰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화면에서 눈을 떼고,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필드 위의 세세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축구가 지닌 유일무이한 현장성과, ‘진짜 팬’의 존재 이유를 지켜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다시금 축구의 진정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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