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빨만 꽉 깨물고 있었죠.”
9회말 역전승으로 5강 불씨를 지킨 이범호 KIA 감독이 박찬호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 상황을 돌아보며 13일 옅게 웃었다. KIA는 전날 광주에서 두산을 5-4로 이겼다. 9회말 2아웃까지 3-4로 끌려가던 경기를 박찬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김선빈의 추가타로 경기를 끝냈다.
9회말 2사 1·2루에서 나온 박찬호의 동점타가 극적이었다. 두산 마무리 김택연의 낮은 공을 건져 올린 타구가 높이 솟았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앞으로 날려나와 몸을 던졌다. 글러브에 쑥 들어가는 듯 했던 타구가 튀어 나왔다.
이 감독은 “이빨만 깨물고 있었다”면서 “(수비가) 정수빈이라서 걱정을 했는데, (박)찬호가 정말 완벽하게 빗맞혀줬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당시 1루에 나가 있던 윤도현의 다소 아쉬웠던 타구 판단도 감쌌다. 2사 이후였기 때문에 무조건 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보였지만, 윤도현은 한동한 주춤하더니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가 실패로 돌아가는 걸 본 뒤에야 3루로 향했다.
이 감독은 “수비수 앞에 공이 떨어졌는데 뛰다가 3루에서 아웃을 당하면 안되니까 고민을 했던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판단을 하면서 조금 주춤했다가, 공이 수비수보다 많이 앞에 있다는 걸 보고 그때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5위 삼성과 격차를 3경기로 줄였다. 5강 진출 가능성을 따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일단 희망은 지켜냈다. 이 감독은 “다른 팀이 지기를 바라면 안된다. 어제 승리를 기점으로 저희가 이겨야 한다”면서 “다만 그런 것 보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는 운영으로 하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남은 일정이 가혹하다. 13, 14일 선두 LG를 연달아 만나고 16일부터는 광주에서 2위 한화와 3연전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으려는 LG도, 극적인 역전 우승을 노리는 한화도 총력전이 예상된다.
KIA는 이날 외야수 김석환을 엔트리 말소하고 포수 주효상을 등록했다. 이 감독은 “(김)석환이가 손목이 좀 안 좋다고 한다. (김)태군이도 지금 발목이 좀 안 좋아서 포수 한 명을 더 올렸다”고 설명했다.
KIA는 이날 LG 선발 임찬규를 맞아 윤도현(3루)-박찬호(유격)-김선빈(2루)-최형우(지명)-나성범(우익)-패트릭 위즈덤(1루)-오선우(좌익)-한준수(포수)-김호령(중견)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전날 결장했던 최형우가 복귀했다. 선발 투수는 좌완 이의리다. 지난달 28일 SSG전(2.1이닝 4실점) 이후 16일 만의 등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