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에서 가장 잘하는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임찬규(33·LG)의 이름이 먼저 거론될 것이다.
임찬규는 12일 현재 올시즌 3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 0.83을 기록 중이다.
4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 1.80을 기록 중인 LG 외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성적대로라면 LG 1선발이라고 해도 무관하다.
리그 전체로 보면 KIA 크리스 네일(0.36)에 이어 평균자책 2위에 이름을 올린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다승 부문은 1위, 승률도 100%다. 시즌 개막 후 유일한 완봉승도 달성했다. 지난달 26일 한화전에서는 9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홀로 경기를 책임졌다.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4회 야시엘 푸이그, 이주형, 박주홍을 모두 3구 삼진으로 잡아내 역대 10번째 한 이닝 최소 투구(9구) 3삼진 진기록을 써내기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가 정말 잘해주고 있지 않나. 그래서 2패를 떠안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지금 커버가 다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엘린이(LG+어린이)’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LG의 역사를 바라봤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인 2002년 LG의 한국시리즈 패배를 보고 등교를 하지 않겠다고 떼를 써 어머니에게 혼을 나기도 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바라던 LG의 지명을 받은 임찬규는 오랜 기간 동안 팀의 ‘암흑기’를 경험했다. 그러다 팀이 2019년부터 가을야구 단골 팀이 됐고 2023년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서 우승의 ‘한’까지 풀었다.
그런데 올해처럼 초반부터 팀이 상승세를 타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임찬규는 본인의 활약보다는 야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임찬규는 LG가 잘 되는 비결로 “수비”라고 꼽은 뒤 “수비에서 변수를 안 만든다. 선발 투수나, 불펜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는 건 수비가 정말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거의 무결점”이라며 “오히려 만약 수비에서 실수가 나온다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가서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범위 안에서는 수비가 너무 좋기 때문에 가장 큰 비결은 수비”라고 거듭 말했다.
임찬규의 말대로 올시즌 LG는 수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2일 현재 실책 5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2023년에는 오히려 실책 128개로 리그에서 두번째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실책 102개로 20개 넘게 줄인 LG는 삼성(81개), 두산(84개)에 이어 세 번째로 실책이 적은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더 물샐틈 없는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외야진에서는 수비로 정평이 나 있는 주장 박해민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내야에서도 2개 이상의 실책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수비에서 잘 막아주다보니 마운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호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동시에 임찬규는 이렇게 팀 분위기가 좋을 때에도 경계해야될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잔실수들이나 본헤드 플레이를 최소한으로 해야 변수를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임찬규는 “상대가 잘 쳐서 지는 건 인정하고, 다시 준비하면 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요소들이 나오면 안 된다. 수비나, 피칭, 타격, 그리고 주루 플레이에서 잔실수를 안 하는게 상승세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스스로는 투수가 해야할 일인 매 경기 공을 던지는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임찬규는 “내가 집중을 해야될 대상은 포수 박동원 형의 미트”이라며 “피칭을 하다가 중간에 위기가 오거나 점수를 많이 주더라도 나의 변치 않는 목표는 공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