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올해 정부로부터 650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받았다. 2017년만 해도 KOICA에 대한 출연금 지원 규모는 329억 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8년 만에 지원 규모가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출연금이 정부 보조금과 달리 정부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출연금은 사후 정산 등 법적 의무 규정이 없어 자금 횡령이 일어나도 처벌하지 못하는 등 대표적 재정 누수의 사례로 꼽힌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에 지급하는 출연금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공익 사업을 위해 공공기관과 지자체·민간사업자 등에 지원한 출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53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33조 4000억 원에 불과했던 출연금은 최근 6년 사이 59.6% 급증하며 같은 기간 정부 예산 증감률(53.1%)을 웃돌았다.
문제는 출연금 예산이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과 달리 사후적인 관리·감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가가 해야 할 사업이지만 여건상 직접 수행하기 어렵거나 민간 대행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재정을 출연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보조금·출자금 등과 성격이 같지만 △용도 외 사용 금지 △법령 위반 시 교부 취소 △벌칙 △사후 정산 등 사후 관리 체계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특히 출연기관에 민간단체 지원 예산이 편성될 경우 보조금과 같은 명시된 제재 규정이 없어 출연금을 횡령해도 수사기관이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보조금 부정 수급에 대한 관리가 촘촘해지자 정부출연기관이나 단체들이 보조금 대신 출연금 지원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장희란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출연금 사업에서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출연금 뒤에 숨어 있는 혈세 도둑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