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에는 유제품-달걀조차 안 먹여
심각한 영양실조에 정서교육도 못받아
계속된 채식 식단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호주의 40대 부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 퍼스 지방법원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 아버지에 징역 6년 6개월, 어머니에 5년을 선고했다.
이들 부부는 17살인 딸 케이트(가명)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리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인 딸은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케이트는 8살부터 채식 식단을 시작했고, 10대가 되어서는 유제품과 달걀조차 먹지 않는 완전한 '비건'이 됐다.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케이트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부모는 그를 태우고 발레 학원에 데려다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며 돌보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먹지 않는 딸은 점점 성장이 멈췄다.
결국 케이트는 머리카락이 부서지고 피부가 벗겨지는 상태에 이르렀고, 17살임에도 키와 몸무게는 147.5cm에 27kg으로 9세 아이와 비슷했다고 한다.
케이트를 지도하던 발레 학원 선생님들은 부모에게 영양사를 만나 볼 것을 권유했지만, 부모가 이를 거부하자 결국 당국에 신고했다.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케이트의 부모는 변호인을 통해 “딸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영양이 조금 부족한 것뿐”이라며 “영양실조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딸에게 매 끼니를 원하는 만큼 차려줬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케이트가 영양실조로 인해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않자, 부모가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케이트의 나이를 두 살 어리게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케이트가 심각한 영양실조라는 것은 딸을 사랑한다고 공언한 부모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이것을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딸이 제대로 된 정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딸은 집에서 '텔레토비' '토마스와 친구들' 같은 영유아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했고 제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부부도 딸의 몸을 씻겨주고 코를 풀어주고 어린이 만화를 읽어주는 등 어린아이처럼 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딸을 고립시키고 자라는 것을 막았고, 딸이 마땅히 박아야 할 방식으로 발달하는 것을 막았다”며 “딸을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만들고도 반성은커녕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20살이 된 케이트는 부모님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판사에 보낸 편지에서 “얼마나 먹을지는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며 “부모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들이다. 부모님이 감옥에 가면 저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