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 강동혁 옮김
드롬 | 688쪽 | 2만2000원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전까지 미국 경제는 노예들의 삶을 제물 삼아 몸집을 불렸다. 노예 매매상은 흑인들을 사고팔았고, 노예가 된 흑인들은 백인 소유자들의 재산을 불리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두에게 자유가 있다’고 했지만, 흑인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1848년 12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사는 노예 엘렌 크래프트와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독립선언문이 말하는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을 떠나기로 한다. 노예는 통행증 없이 아무 데도 갈 수 없기에, 부부는 병약한 백인 노예 소유주와 건장한 흑인 노예로 분장해 기차를 타고 대담히 미국을 벗어날 계획이다. 이는 흑인 노예 어머니와 백인 노예 소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내 엘렌이 아버지를 똑 닮아 피부색이 밝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은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며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도시의 곳곳을 비추는 묘사에 여행을 함께하는 기분이 들다가도, 도망치는 길에서 마주하는 시련들에는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책은 소설처럼 쓰였지만 당시를 철저하게 고증해낸 논픽션 작품이다. 모든 대사와 상황은 실제로 미국을 탈출했던 크래프트 부부가 남긴 기록물 ‘자유를 향한 1000마일’과 수많은 역사적 기록에 기반한다. 책 뒤편엔 등장인물들의 초상화나 사진들이 실렸고, 발췌했다고 밝힌 참고문헌만 수십 쪽에 달한다.
‘노예’를 ‘예속 피해자’로, ‘노예 소유자’를 ‘예속 가해자’로 표기한 점도 눈에 띈다. 노예라는 신분이 가해자들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우일연은 <주인 노예 남편 아내>로 2024년 한국계 저자 최초로 퓰리처상 전기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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