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의 공직사회, 속히 정상화하려면

2025-02-11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는 공직사회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117만 공무원 사회는 사실상 공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권한대행을 맡았던 총리마저 탄핵당하면서 경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은 초유의 상황이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 사태는 공직사회에 몇 가지 후폭풍을 일으켰다. 먼저, 정부 부처의 주요 공직자의 인사가 정지 또는 답보 상태이고, 주요 정책도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은 멈춰서 있다.

계엄·탄핵 사태로 일손 놓은 상태

인사 정상화로 공직 병목 피하고

정치중립 지킨 공무원 구제해야

공무원들은 적극 행정은커녕 기본적인 직무조차 최소한으로 수행한다. 공무원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도 심각하다. 공직사회 구성원들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제공 주체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을 호소한다. 탈진 증후군(burnout)에 빠졌다. 올해 국가공무원 인건비는 46조5000억원(인사혁신처)이다. 매월 3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은 꼬박꼬박 공무원 봉급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그에 걸맞게 일하는지 의문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가 최근 ‘공직사회의 침몰이 우려된다’는 주제로 긴급 포럼을 개최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공직사회의 붕괴 현상이 일반의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행정학자들의 우려와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공직사회를 정상화할 지속가능한 전략은 없을까. 첫째, 공백이 길어진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인사를 권한대행 체제에서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인사는 정무 감각, 전문성, 균형 감각, 의사소통능력, 갈등조정능력 등 핵심역량을 평가해 공정하게 단행하면 된다. 나아가 중하위직까지 물 흐르듯 선순환 인사를 속히 실행해 공직 임무 수행의 병목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래야만 공직사회가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시 탈바꿈하면서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고, 대외 경쟁력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둘째, 세대별로 다양한 동기부여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민간부문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 공무원 보수를 3% 인상하기로 했다. 2017년 3.5% 인상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최대 인상 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전적 보상은 단기적으로 유효해도 중장기적 사기 진작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집단도 출생연도별로 보면 X세대(1970~1980년), M세대(1981~1996년), Z세대(1997년 이후)로 나뉘어 가치관 차이가 작지 않다. 개인별·세대별로 공공부문 구성원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욕구의 다양성을 고려해 동기 부여 전략을 세분화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부처별로 기관장은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줄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공직자는 공적 가치를 현업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장들은 공무원들이 혁신성, 열정, 책임성, 반응성, 시민참여 등을 토대로 직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조직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격변기에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직무에 몰입한 공무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직사회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예컨대 12·3 비상계엄 와중에 상사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한 경호처 등 공무원, 계엄 선포 당일에 태업한 경찰관과 군인 등의 행동은 징계나 처벌 대상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행 헌법 제7조 1항에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는 헌법상 정당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공무원들도 결국 국민이다. 이들도 대부분의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 사태가 조속히 매듭돼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국민 생활이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훼손된 국격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누구든 최고지도자라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국민과 공직자가 합심해 대한민국이 하루속히 비정상을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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