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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한다. 사법부와 수사기관은 공정성을 의심받고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총체적 위기다.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이 일상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정치권도 극렬 지지층만 의식하는 태도를 버리고,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극도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새 대통령을 뽑는다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진영 편 가르기가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양극화, 진영 간 편가르기 극심
근본 원인은 기회·정보 불평등
유·청소년 교육과 입시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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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갈등을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한 대수술과 개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극단적인 불신을 초래한 양극화의 원흉은 기회와 정보의 불평등이다. 이로 인해 교육이 가장 먼저 왜곡돼 계층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켰다. 부모 세대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사교육비를 지출하지만, 계층별 경제력 격차에 따른 정보와 기회의 불균형이 사회적 좌절과 위화감을 낳았다. 과도한 교육열은 승자독식 생태계를 만들었고, 지역·연령·계층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수도권 집중과 인구 감소 문제도 교육과 무관하지 않고, 의·정 갈등 또한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졸업 이후 고소득이 보장된 일부 명문대학의 특정 학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생은 전공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생존을 위해 힘겨운 경쟁에 노출된다.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이나 스펙 만들기 등 고정관념은 이들 청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고교 졸업생들도 충분한 자기 계발 기회조차 없이 사회로 진출한다. 인구도 급격히 감소하는데 인적 자원의 낭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성적과 성취도 위주의 서열화된 평가 방식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다양한 재능을 보유한 인재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 단순히 학교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유·청소년 교육도 개혁해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바꿔야 한다.
교육 개혁의 첫걸음으로 서울대 입시와 운영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량을 지닌 학생을 받아들이는 입학 제도로 바꿔야 한다. 국민의 기대 속에 성장해 온 서울대는 이제 성적이 아닌 신입생의 잠재력을 키우는 역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다른 대학과도 연계해야 할 때다. 체질 개선에 걸맞게 대학 운영도 혁신해 학생·교수·직원이 존중과 소통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 행정과 재정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회적 합의와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시스템 구축도 교육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과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다문화 사회에 적합한 교육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첨단기술로 후생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대학이 선도해 고민해야 한다. 정보기술(IT)과 친환경-에너지 인프라를 융합해 새로운 사회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면 교육 개혁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특정 계층이나 원로가 주도하는 시대를 지나 개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길러야 한다. 정치인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솔선수범해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때 국민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 한국사회 갈등을 심화시킨 측면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뿌리 깊은 문제들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이 개혁의 최적기인지도 모른다. 국민 개개인이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정묵 서울대교수회 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