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대한민국 공대 혁신을 말하다〈7〉박기영 가천대 기획처장 “LG·삼성 신입 교육 같은 엔트리캠프 운영…해보고 돼 보기 교육 강조”

2025-03-09

“가천대의 '시그니처'가 된 엔트리(Ntree) 캠프와 프로젝트(P)학기를 처음 만들 때 학칙상으로 60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했었죠. 교무처장으로 있으면서 그 60여 가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바꿨습니다. 교육 효과가 나타나면서 공대 내에서만 했던 엔트리 캠프, P학기제가 인문계열 학과까지 확산하고 있어요.”

박기영 가천대 기획처장이 말하는 공학 교육 혁신은 곧 전체 대학 교육의 혁신으로 연결된다. 엔트리 캠프와 P학기제가 대표적이다. 2019년 공대 내에 엔트리 캠프를 신설했다. 공대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개강 전 강화캠퍼스에서 무박 2일간 숙식하며, 브레인 스토밍 과정을 거쳐 주어진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캠프다. 지금은 공대 외에 많은 학과가 참여하고 기간도 2박 3일로 늘었다.

삼성 출신의 박 처장이 직접 캠프 모델을 구상했다. 박 처장은 “2018년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은 끝났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직접 하는 경험 위주의 과정을 넣었다”며 “이 모델이 LG, 삼성 그룹 신입 교육과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이른바 '해보고, 돼 보는' 교육이다.

공대 학생은 3학년이 되면 P학기제로 전환한다. 3학년 2학기 수업에서 12주는 일반수업을 하고 나머지 4주는 몰입형 수업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직접 구상하고 해결하는 수업이다. 시작점은 공대였지만, 지금은 경영학과,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다수의 학과에서 진행한다.

현재는 IT 패스포트(Passport), 소프트웨어(SW) 패스포트를 거쳐 인공지능(AI) 패스포트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1·2학년 전교생은 AI 교과목을 8학점 이수해야 한다. 앞으로 AI가 모든 업무 영역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전공과 상관없이 AI 역량을 키우도록 했다.

박 처장은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강조한다. 그는 공학인증제가 공학의 기본기부터 심화 과정까지 유사한 역량을 갖춘 학생을 키워내기 적합한 틀이라고 봤다. 균일한 교육을 꾸준히, 오랜 시간 학습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미래를 봤을 때 어느 순간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기본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가천대는 공과대학 내 기계공학전공, 토목환경공학과, 화공생명공학전공, IT융합대학 전기공학과, 반도체대학 전자공학전공 등 5개 학과(전공)에서 공학인증제를 채택했다.

공학인증제 도입 배경에 대해 박 처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공학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교양, 공학 주제 수업 개설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서 “정기적인 인증평가를 통해 학교가 제공하는 공학교육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보완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공대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한 산학협력도 가천대의 강점 중 하나다. 가천대는 위성랩(Satellite Lab)형태의 산학협력을 추진 중이다. 연구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을 대학 내 여러 연구실과 연결해 공동 연구소 및 공동 연구 협력을 한다. 현재까지 20개 랩이 완성됐고, 최종 100개의 위성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성남, 판교 등 가천대와 근접한 지역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으면서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처장은 “대학의 인력과 장비를 산학협력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다”며 “숙달된 인력은 다시 회사로 취업해 대학 연구실, 연구인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모델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졸업생의 취업보다도 창업을 부각했다. 창업 친화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 실제 학생들의 창업 성공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비전시스템, 아이엘사이언스, 콩테크 주식회사, 하이컴즈 등 창업기업을 이끄는 대표들은 가천대 공대 출신이다.

박 처장이 생각하는 교육의 혁신은 무엇일까. “교수는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ing)을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안내만 해주면 학생 스스로 역량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공학교육의 혁신이라 볼 수 있어요. 가천대 공대생이 최상위권 대학 학생보다 지식에서 차이가 날 순 있지만, 문제를 받고 두려움 없이 수행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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