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아니라 노동”…한국농수산대 학생들, 실습 빌미로 위험노동 내몰려

2025-10-21

미래 농수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이하 한농대)가 교육을 빙자해 학생들을 위험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임금과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실습이 ‘교육’이 아닌 ‘노동 착취’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이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의 현장실습 제도를 분석한 결과, 한농대는 매년 평균 266개 실습장에 약 48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8개월가량 장기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습생들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10년간 발생한 현장 실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52건으로 매년 평균 5건 이상에 달했고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왔다.

실제 지난 5월에는 축산학부 2학년 학생이 경남 합천 한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숨졌으며, 2022년에도 경기 고양의 한 화훼농장에서 비료 배합기계에 끼여 학생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문제는 대학 측이 장기 현장실습을 ‘필수 이수 교육과정’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습생들은 최저임금과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주 5일, 40시간 이상 숙식형으로 근무하며 사실상 정규직에 준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전체 급여는 월 최저임금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대학은 학생 신분을 이유로 노동법상 책임을 피하고, 실습장은 값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비상식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실정이다.

윤준병 의원은 “학생이자 노동자인 실습생이 보호받지 못하고 사상자가 속출하는 현실은 미래 농어업 인재 양성기관으로서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위험한 실습 환경 속에서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실습수당 현실화와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식품부도 농수산대학교와 합동점검을 통해 실습환경 개선, 실습기관 지정 기준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민혁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