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41년을 맺은 불가리는 2025년 ‘뱀의 해’를 맞아 세르펜티 컬렉션에 주목했다. 시계와 주얼리를 포함, 아이웨어와 액세서리까지 브랜드가 전개하는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이는 세르펜티는 지혜와 번영을 상징하는 뱀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컬렉션이다. 최근 워치 디자인 총괄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가 ‘아이콘을 넘어 불가리의 시그니처’라 말했을 정도로 세르펜티는 브랜드에 중요한 존재다.
2025 LVMH 워치 위크 ㅣ 불가리


불가리는 무브먼트 교체를 통해 세르펜티를 재정비했다. 그 결과물을 올해 LVMH 워치 위크에서 선보였다. LVMH 워치 위크는 LVMH 그룹 내 시계 브랜드가 모여 새로운 제품을 동시에 공개하는 연례 행사다. 새 무브먼트의 이름은 ‘BVS100 레이디 솔로템포 오토매틱(이하 레이디 솔로템포)’이다. 다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했고, 그 이름처럼 여성용 기계식 시계에 사용된다. 직접 만든 ‘심장’으로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건 고급 시계 제조사로서의 정통성을 뜻한다. 불가리가 올해 여성을 위한 새 무브먼트를 추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여성 시계를 위한 새 심장
레이디 솔로템포의 개발 배경은 이렇다. 세르펜티 시계 케이스에 딱 들어맞는 기존 무브먼트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새로운 심장을 만들기로 한 것. 그 결과 나온 레이디 솔로템포의 크기는 지름 19mm, 두께 3.9mm이며 무게는 5g으로 뱀의 머리에 완벽히 밀착한다. 더불어 시∙분∙초의 심플한 기능 덕에 하이주얼리 워치나 크기가 작은 다른 여성용 시계를 만드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새 무브먼트의 파워리저브는 풀 와인딩 시 약 50시간이다. 데일리 워치용으로 적합한 동력을 공급한다. 동력 축적을 위해 회전하는 부품 로터엔 뱀의 비늘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을 장식했다.

무엇보다 이 무브먼트가 특별한 이유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오롯이 불가리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파인 워치 브랜드로서의 정통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사실 여성을 위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만든 것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투르비용 무브먼트 BVL150를, 2022년에는 지름 12.3mm, 두께 2.5mm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라운드 무브먼트 피콜리씨모 칼리버 BVL100을 선보였다. 레이디 솔로템포는 기능과 크기를 따졌을 때 전작보다 활용도가 높다. 불가리 측은 이 무브먼트가 향후 LVMH 그룹 내 다른 브랜드에서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술력까지 품은 불가리의 아이콘
LVMH 워치 위크에서 불가리는 ‘세르펜티 세두토리’와 ‘세르펜티 투보가스’를 포함해 총 9점의 세르펜티 워치를 선보였다. 케이스 크기는 34mm로 모두 같고, 레이디 솔로템포 무브먼트의 기능에 맞춰 3개의 시곗바늘이 다이얼 위를 회전한다.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뱀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육각형 링크로 이뤄진 브레이슬릿이 특징인 세르펜티 컬렉션의 하위 라인이다. 뱀 머리를 닮은 삼각형 케이스의 베젤 양쪽에 총 36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반짝임을 극대화했고, 크라운에는 카보숑 컷 루벨라이트를 세팅해 여성미를 더했다. 버전에 따라 옐로∙로즈 골드, 스틸, 스틸과 골드 콤비로 만들었고, 케이스는 물론 다이얼과 브레이슬릿에도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세팅한 하이 주얼리 버전의 경우 옐로 또는 화이트 골드로 케이스를 만들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는 1940년대부터 불가리가 고안해 현재도 시계와 여러 주얼리에 사용하는 나선형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라인이다. 특유의 탄력성과 유연성 덕에 손목에 부드럽게 감기는 것이 특징. 로즈 골드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완성해 묵직한 느낌을 주며 길이에 따라 손목에 한번 또는 두 번 감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