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한파는 언제쯤 오려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겨울은 성격이 무던한 건지 게으른 건지 좀처럼 자기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싶었다. 물론 그 생각을 한 직후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긴 했지만…. 전북 진안을 오랜만에 찾던 날도 낮에는 포근한 가을 같았다. 모래재 넘어 이정표가 ‘진안’을 알리면서 양옆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늘어선다. 언제나 이 고개를 넘어갈 때면 기분이 좋다. 진안의 환영 인사를 보는 것만 같다.
주차장에 차를 놓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 나갔다. 여길 올 때면 늘 인적도 드물고 차도 많지 않았는데, 이날만큼은 사람이 제법 보인다. 다들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을 보러 온 게 확실하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었을 때 이전에 보지 못한 풍모를 자아낸다. 브라운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 같은 모습이랄까. 그 아래를 걸으며 생각했다. ‘아직 가을이라고 해야 하나?’ 나무의 길고 뾰족한 이파리는 눈처럼 떨어져 도로 위에 쌓였고, 고개를 들면 오후의 햇살이 저 짙은 가을색을 뚫고 찬란하게 빛난다. 이건 가을의 미련이라고 해야겠다. 가기 싫은 모양이구나.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토록 멋진 길의 풍광을 두고 어찌 쉽게 떠날까. 그나저나, 겨울은 왜 이렇게 늑장을 부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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