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잭 로그(29)는 올 시즌 두산 마운드를 가장 오래, 꾸준히 지키며 팀 에이스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로그와 두산의 인연도 특별하다.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외인 투수 토마스 해치와 계약을 맺었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겨 대체 선수를 물색했다. 구단이 오랫동안 눈여겨봐 온 로그는 그렇게 1년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28승(40패) 투수 콜 어빈을 야심차게 영입한 만큼 메이저리그보단 마이너리그 활동 기간이 길었던 로그에 대한 기대감은 비교적 작았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니 어빈은 물론이고 토종 에이스 곽빈까지 예상 밖의 부침을 겪었다. 사실상 에이스 겸 1선발 역할을 로그가 메우고 있다. 16일까지 총 161이닝을 던진 로그는 두산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웠고 평균자책(3.02)도 팀에서 가장 낮다. 시즌 9승(8패)을 쌓은 로그는 어빈(7승10패)보다 승수에서 앞서며 10승 고지에 가까이 섰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본지와 만난 로그는 “올 시즌 선발로 몇 번을 더 등판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0승을 달성하면 좋은 타이틀이 될 것 같다. 물론 기록을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 10승은 내게도 그렇지만 팀에도 좋은 수치이기 때문에 달성한다면 기분은 매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은 로그를 영입하면서 스위퍼를 구사하는 좌완으로서의 매력이 크다고 강조했고 로그는 기대에 화답했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69, 리그 선발 중 가장 낮은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리그 평균은 0.247이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도 0.258로 리그 평균(0.243)에 가까워 준수하다. 로그는 “이 수치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좌타자를 상대로 강점을 가진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좌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무조건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공을 던진다”며 “스위퍼가 제일 잘 통했던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구종들도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100점 만점에 85점을 매겼다. 로그는 “올 시즌 꾸준하게 경기를 한 데서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하지만 점수를 1~2점만 내줘야 하는데 최근 LG나 SSG전처럼 가끔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8월2일 SSG전에서 로그는 5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7월27일 LG전에서 6이닝 5실점으로 승패를 쌓지 못했다.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항상 더 노력하고 보완할 점을 생각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식당에서 벨을 누르는 문화도 낯설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걸 알아서 할 수 있다”며 웃은 로그는 KBO리그에도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그는 “처음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대한 의문이 솔직히 많았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만족도가 높아졌다. 확실하고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이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경기할 때 가끔 너무 조용해서 마운드에서 스스로 머리를 치며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팬들이 경기 내내 너무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좋다. 매 경기에서 포스트 시즌에 공을 던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공도 잘 던지고 성격도 좋으니 팬들 사이 인기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로그는 “시즌이 지나면서 길에서 알아보는 팬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주시고 사인을 요청하시기도 한다. 팬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올 시즌 성적이 팬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선수들은 꾸준히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앞으로도 많이 보여드리겠다. 항상 경기장에 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