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엔트리에서 80년대생 선수들이 자취를 감췄다. 6월 지휘봉을 잡은 뒤 성적이 좋지 않은 고참 선수들을 말소하고 새 얼굴들을 발굴해온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이 최근 연패에 빠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두산은 15일 야수진 최고참인 김재환(37)과 정수빈(35)을 투수 김민규(26)와 함께 말소했다. 양석환(34)은 지난 7월27일 부상으로 말소된 뒤에도 아직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주장 양의지(38)는 무릎 부상으로 지난 14일 말소됐다. 16일 현재 엔트리에서 야수 최고참은 용병 제이크 케이브(33)를 제외하면 조수행(32)과 강승호(31), 김인태(31)다. 야수 14명 중 1990년대생이 8명, 나머지는 2000년대생이다.
김재환과 정수빈의 말소는 두 선수의 최근 성적이 부진한 것과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라는 목표가 맞물린 결과다. 김재환은 8월 발가락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지난 3일에야 복귀했다. 복귀전인 4일 NC전부터 13일 NC전까지 6경기 타율은 0.188(16타수 3안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며 부진했다. 시즌 내내 엔트리를 지킨 정수빈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0.100(30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두산은 15일 기준 정규시즌 경기를 12개를 앞두고 5연패를 당하며 사실상 순위 경쟁에서 빠졌다. 당장 팀 성적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베테랑들을 말소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큰 무대의 기회를 주면서 선수단 사이 경쟁심을 키우겠다는 게 조 대행의 의도다.
구단은 16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투수 김유성(23)과 내야수 박지훈(25), 외야수 천현재(26), 포수 박민준(23)을 콜업해 빈자리를 채웠다. 조 대행은 이날 경기에 앞서 “베테랑 선수들이 잘하고 있었으면 엔트리 조정을 안 했을 것”이라며 “두 선수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게 보였고 퓨처스리그(2군)에서 가장 열심히, 꾸준히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기가 맞아들었다”고 말했다.
조 대행은 “모든 선수가 운동장에서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 오늘 경기장에 나가는 선수들이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주면 좋겠다. 어리니까 괜찮다는 마인드는 프로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찬스가 오더라도 내가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젊은 선수들이 출전했을 때 경기에서 젊음이 느껴지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령대가 낮아진 만큼 젊음이 확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대행은 베테랑들이 없는 채로 시즌을 마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오는 25일부터 홈 5연전을 치르고 정규시즌을 마감한다. 홈 팬들 앞에서 신구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경기력을 보이는 게 사령탑의 목표다. 조 대행은 “(김재환·정수빈에게) 컨디션 회복을 잘해서 마지막 홈 5경기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고 팬들에게 우리가 가진 최고 전력으로 경기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컨디션을 회복해 돌아오면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준비를 좀 잘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콜업된 천현재는 바로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정수빈의 공백을 메운다. 2022년 두산 육성선수로 지명돼 올해 프로 데뷔한 천현재의 생애 첫 1군 등록이자 첫 선발 출장이다. 천현재는 “14일 이천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쉬다가 콜업 소식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며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이름에 걸맞게 두산의 현재가, 또 천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