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병역자원 급감·첨단전력 부상…'소수정예 군' 전환 불가피

2025-05-11

출생아 수 급감…병역자원 고갈 '현재진행형'

후방부터 단계적 모병제 도입…전담기구 신설 필요성도

직업군인 처우가 열쇠…공공취업 연계도 검토

안보 직결분야 등 병역 이행 방식 다변화해야

예산·형평성·군 문화 변화…남은 과제 산적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이후 한국 경제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협치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정책 혼란 속에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오는 6월 3일 대선 직후 곧바로 출범하는 새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합니다.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시작하는 만큼, 초반 국정 기조와 정책 방향 설정이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신뢰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뉴스핌은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부각되는 경제·사회 전반의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 정책적 우선순위가 돼야 할 과제들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저출산과 청년 인식 변화, 첨단 전장환경의 부상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기존 징병제 중심의 병역 체제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단계적 모병제 도입을 시작으로, 병역의무 이행 방식의 다변화, 직업군인 유인책 강화, 국방 인프라의 현대화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병역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병력 확보를 넘어, 국가안보와 청년 세대의 삶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방정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출생아 수 급감…병역자원 고갈 '현재진행형'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약 23만8300명이었다. 그동안 연간 출생아는 2015년 43만 8420명을 정점으로 8년 연속 급감했다. 합계출산율은 0.75명 수준에 머물렀다. 병역자원 감소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국군은 2002년 69만 명, 2017년까지 60만 명을 겨우 유지하다가 2018년 57만 명 기록 후 2021년에 51만 명이었다. 현재는 50만 명 선도 무너졌다. 50만 명을 유지하려면 매년 병력 22만 명이 충원돼야 하지만, 2015년 37만 명이던 20세 남자 인구는 2045년에는 12만명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여기에 전쟁 양상까지 바뀌었다. 과거처럼 대규모 병력 투입이 승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고, 인공지능(AI), 드론, 사이버전 등 비대칭 전력과 정보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고도로 훈련된 정예병력과 첨단 전력 운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소수정예 군'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병역제도 개편 방향은 ▲단계적 모병제 전환 ▲국방력 정예화 및 첨단전력 강화 ▲직업군인 유인책 확대 ▲병역의무 이행 방식 다변화 등 네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후방부터 단계적 모병제 도입…전담기구 신설 필요성도

우선 일괄 전환이 아닌, 일부 후방 부대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보통신, 사이버전, 드론운용 등 전문 병과를 중심으로 '간부 정예화' 등 방식으로 단계적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병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담기구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선발·교육·관리 등 전 과정을 전담할 사령부 또는 국방부 직속 부서를 두는 방안이다.

모병제 전환은 병력 감축을 전제로 하므로, 병력의 '질적 우위' 확보가 핵심이다. AI 기반 통합지휘체계 구축, 무인 드론 전투단 창설, 사이버방어 전력 강화 등 첨단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전투부대 1개 대대에 드론 2개 소대를 편성하는 체계를 마련해 전방위 무인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이버 분야에서는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사이버 방어·공격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훈련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 반복 훈련에서 벗어나 시뮬레이션이나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한 실전형 훈련 시스템 도입 등이 거론된다.

◆직업군인 처우가 열쇠…공공취업 연계도 검토

모병제 정착의 관건은 직업군인의 매력도 제고에 달려 있다. 군 복무 중에도 학사·석사 학위 취득이 가능한 프로그램 등을 강화하고, 급여를 최저임금의 15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 중이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역 이후 공공기관 및 국영기업 취업 연계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이버보안·드론운용 등 민간 전문분야 진출 지원 ▲군 복무 경력의 자격증·학점 인정 제도 신설 등이 거론된다.

또한 전국 모든 군 부대의 생활관을 최신형으로 교체하고, 디지털 기반의 군 의료체계 도입 등 복무 환경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보 직결분야 등 병역 이행 방식 다변화해야

병역의무 이행 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군복무만을 병역의 형태로 보지 말고, 사이버방위, 국가 재난 대응, 전략물자 통제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도 병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이버 역량을 갖춘 청년은 군 대신 국가 사이버안보센터에서 복무하거나, 첨단 기술 인력은 국방과학연구소 등 연구기관에서 복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안은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면서도, 청년들의 재능을 국가자산으로 연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산·형평성·군 문화 변화…남은 과제 산적

다만 병역제도 개편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병역 형평성이다. 징병 대상자와 모병 지원자 간의 형평성 논란은 물론, 대체복무 확대에 따른 병역 기피 우려도 있다. 특히 모병제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병력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 부담도 큰 과제다. 모병제의 인건비는 징병제 대비 최소 3배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첨단 전력 확보, 병영시설 현대화까지 고려하면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징병 중심의 군 문화와 계급 위계에 익숙한 조직이 직업군 중심, 전문직화된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내부 저항과 충돌이 예상된다. 이를 관리할 리더십 확보가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병역제도 개편은 단순한 병력 운용 방식 변경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방의 철학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국방개혁 3.0'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군사안보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대규모 징병군 체제에서 21세기형 첨단 직업군 체제로의 문명사적 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초당적 합의와 국민의 신뢰, 군 내부의 자발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모병제 전환을 위한 군 개혁은 이미 늦었다고도 볼 수 있어 빠르게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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