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새로운 리더에게 바란다

2025-05-11

6월3일 선출될 새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줄로 표현하면 비상계엄으로 훼손된 국격을 회복하기 위해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우리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네가지를 바란다.

첫째, 새로운 리더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4월4일 탄핵은 또 하나의 4월 혁명이 됐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은 자랑스러우나 87년 체제 후 사라졌던 독재 잔영을 다시 본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87년 체제로 민주화의 길에는 들어섰으나 우리 사회의 일부는 독재회귀증후군을 가진 듯하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2연임 전통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위대한 결정 때문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초대 대통령이 3연임 후 부정선거로 왕이 되기를 시도했고 곧이어 26년간의 군사독재가 이어졌다. 87년 체제의 단임제는 독재의 DNA를 지우겠다는 신념의 표시였다. 하지만 이번 계엄사태를 보니 지난 38년간 제대로 된 반성이 없었던 듯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와 세계정의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포용성과 법치 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새 리더는 이러한 현실에 마주해 부디 포용성과 법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혁신 없이는 성장도 없다. 혁신을 통해 원천기술을 창조하는 선도국가로 발전해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 덕분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이제는 가격경쟁력이 더 높은 중국, 베트남 등의 등장으로 모방 전략은 불가능하게 됐다. 유일한 길은 원천기술을 창조하는 선도자 전략이다. 선도자 전략을 위해선 국가가 혁신 금융을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혁신 성장플랜을 장기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대담한 플랜을 추구해주기 바란다.

셋째, 혁신의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 혁신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나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의 제도화는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창이 돼야 한다. 12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경제적 성공은 청년들의 무역벤처 덕분이었으나 기득권의 방해로 급격히 몰락했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성장률이 정체되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산층이 축소되고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부끄럽게도 전세계 1등이 됐다. 베네치아의 몰락처럼 기득권에 의한 혁신 방해는 없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가치 10조원의 데카콘 기업은커녕 1조원 유니콘 기업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은 기득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주적 혁신정책은 사회공동체 약화와 각자도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과거형 법제도는 미래형 법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지시와 규정에서 벗어나 민주적 역량에 걸맞은 자율과 원칙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법도 민사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가주도형 중상주의적 정책은 유효성을 잃었다. 혁신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업 주도를 허용하고 정부는 큰 방향 아래 지원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 시장이 경쟁·혁신·분배의 터전으로서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이끄는 것이 한국 경제 완성을 위한 시대정신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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