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추론 모델에 필적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로 빅테크에 충격을 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사이버 공격을 이유로 신규 가입자 등록을 중단했다. 미국에서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해커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는 양상이다.
딥시크는 27일(현지 시간) “대규모 악의적 공격을 받았다”며 AI 앱 신규 사용자 등록을 막아섰다. 기존 가입자는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딥시크 측은 공격의 형태와 피해 현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말 최신 생성형 AI ‘V3’를 공개한 데 이어 올 1월 20일에는 추론 모델 R1을 선보였다. V3와 R1은 각각 오픈AI GPT-4o와 o1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여 시장에 충격을 줬다. 공개 직후에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뛰어난 성능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또 최신 모델을 무제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료 가입이 필수인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과 달리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급속히 불었다. 딥시크 앱은 이날 기준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앱 1위에 올라 있다.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나는 데 따라 해커들의 공격대상이 된 셈이다. 딥시크가 저렴한 개발비로 뛰어난 성능을 뽐내는 만큼 그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한 공격도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가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에도 불구하고 오픈AI, 구글 등에 필적하는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까지 한 데 따라 그 ‘비결’을 알아보고자 하는 해커들이 몰려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딥시크가 폭발적인 주목을 끄는 와중 빅테크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그간 성능평가(벤치마크)에서 미국 기업과 대등한 수준의 중국발 생성형 AI, 챗봇은 있었지만 최신 모델인 ‘추론’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AI 가속기 투입량이 AI 성능을 좌우한다는 판단에 집행해왔던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 뼈아프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에 발맞춘 엔비디아의 대 중국 전용 AI 가속기 ‘H800’ 만으로 개발됐다. 월가 투자회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딥시크 최신 버전 훈련 비용을 560만 달러(약 80억 원)로 추정하며 “메타가 라마 개발에 쓴 비용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메타는 ‘워룸’ 4개를 설치하고 딥시크 AI의 훈련 비용 절감과 데이터 사용 방식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딥시크 R1 등장을 과거 냉전 시대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순간에 비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VC) 안데르센호로위츠(a16z)를 이끄는 마크 앤드리슨이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 소련이 우주 경쟁에서 미국에 충격을 줘 미국의 국가적 역량을 집결시켰듯 딥시크가 미국의 AI 역량을 끌어모으게 할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월가 시장전략가 폴 놀테는 "지금이 '스푸트니크 같은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업계에서 유일한 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 주는 신호"라며 "많은 투자자가 AI 기업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