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에 몸담았던 5년 중 가장 힘들었습니다. 올해 유독 이슈가 많았잖아요. 주장으로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고민, 스트레스가 컸죠. 동료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기에 흔들리지 않고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힘들었지만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울산 ‘주장’ 김기희(35)가 돌아 본 2024시즌이다.
김기희는 2011시즌 대구 FC에서 프로에 데뷔해 전북 현대, 상하이 선화(중국), 시애틀 사운더스(미국) 등을 거쳤다. 김기희는 2020시즌부터 울산 후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기희는 ‘우승 청부사’다. 김기희는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8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울산에서만 4번째 우승이다. 김기희는 2023시즌 후반기부터 주장을 맡아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의 K리그1 3연패에 앞장섰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한 팀은 성남일화(성남 FC의 전신), 전북에 이어 세 번째다. 2024시즌을 마치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김기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휴식기는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저는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껴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시즌을 마쳤습니다. 저는 11월 10일 FC 서울 원정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였어요. 지금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틈틈이 재활도 준비하고 있죠.
울산은 2024시즌 일정을 가장 먼저 시작해 가장 늦게 마무리했습니다. 울산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잖아요.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한 해의 시작을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으로 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어요. 새 시즌 초반부터 결장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울산은 경기 수가 많은 팀이잖아요. 팀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줘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습니다. 부상 복귀 후엔 여러 이슈가 있었던 한 해이지 않았나 싶어요. 다행인 건 울산 모든 구성원이 ‘K리그1 3연패’란 확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는 것입니다.
울산은 2023시즌 K리그1 2위 포항 스틸러스에 승점 12점 앞서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했죠. 올 시즌은 달랐어요. 강원 FC, 김천상무의 거센 도전을 받았습니다. 여러 어려움 속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가장 큰 힘은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K리그1 2연패의 경험이요. 울산에서 2020시즌부터 뛰고 있습니다. 우린 그때도 좋은 팀이었지만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어요. 능력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고비를 넘어서는 법을 몰랐어요. 이젠 아닙니다. 울산 모든 구성원이 알아요. 각 시점마다 무엇을 준비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 말이죠. ‘우승 DNA’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올 시즌 울산의 가장 큰 고비라고 한다면 홍명보 감독이 시즌 중 국가대표팀으로 향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선수단 분위기 어땠습니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홍명보 감독께서 국가대표팀으로 향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잖아요. 선수들도 축구계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합니다. 다들 알고 있었죠. 솔직히 동요됐던 게 사실입니다. 선수끼리 있을 땐 다양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홍명보 감독께서 남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당연히 있었고요. 만약 ‘국가대표팀으로 가셔야 한다면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죠. 당시엔 많은 팬이 ‘홍명보 감독께서 무조건 남아’주길 바랐지만, 내부는 좀 어수선했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홍명보 감독님은 울산을 K리그1 우승 팀으로 만드신 분입니다. 울산의 2022시즌 우승이 2005년 이후 처음이었잖아요. K리그1 2연패는 구단 최초였고요. 그랬던 감독님이 조금 달라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직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진정성이 안 느껴졌다랄까.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보통의 팀은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면 확 내려앉거든요. 울산은 달랐습니다. 분위기를 최대한 빠르게 수습해서 제 경기력을 찾았습니다. K리그1 3연패도 달성했고요. 그 비결은 어디에 있습니까.
울산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많잖아요. 기량과 경험을 두루 갖춘 후배도 많습니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이겨낸 게 아닐까 싶어요.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강조해 준 것도 있습니까.
저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박)주영이 형과 (이)청용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줬습니다. 주영이 형, 청용이 형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란 게 이런 거구나’란 걸 보여줬죠. 주영이 형, 청용이 형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히 짚어줬어요.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있을 땐 여러 조언과 격려로 팀을 더 뭉치게 만들었죠.
감독 교체 시기 K리그1 4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갔잖아요. 그 시기 선수단에 불안감이나 초조함은 없었습니까.
없었어요. 어수선했던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올 시즌에도 K리그1에서 우승할 것’이란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이 있었죠. 이런 말씀드리면 외부에서 어떻게 보실진 모르겠지만,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우승할 팀은 우리밖에 없다’란 확신이 있었어요. 4위로 내려앉았을 때도 10경기 이상 남았었기에 ‘좀 더 집중해서 다시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그랬어요.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주영이 형이나 청용이 형이 팀 중심을 잘 잡아줬습니다. 김판곤 감독님이 오신 뒤엔 디테일한 부분을 더 가다듬으면서 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죠. 팬들의 성원도 변함이 없었고요. 팬들에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울산은 K리그1에선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코리아컵 결승전에선 포항에 패하며 더블을 달성하진 못했어요. 또 하나. 울산 팬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인데요. 2024-25시즌 ACLE에선 부진을 거듭했습니다.
음. 이건 선수끼리 얘기했던 내용인데요. 울산은 한 해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 맞습니다. 울산은 K리그1 최고의 팀이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했던 팀이니까. 하지만, 올 시즌엔 K리그1 3연패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주 큰 힘을 쏟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가 더 빠르게 ‘K리그1 우승을 확정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K리그1 우승을 확정 짓고 ACLE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김판곤 감독님이 오셨을 때부터 가장 큰 목표는 K리그1 3연패였습니다. ACLE에선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팬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전북 시절 포함 K리그1에서만 5번째 우승입니다. 중국, 미국에서 뛸 때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잖습니까. 몸담은 팀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비결이 있습니까.
우승의 경험이 주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이기도 하고요. 울산에서 K리그1 우승컵을 연달아 들어 올리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경험의 힘은 다양한 곳에서 발휘되거든요.
경기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1-0으로 앞서고 있을 땐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0-1로 지고 있을 땐 언제 어느 시점에 몰아붙여야 하는 지 등을 안다고 할까요. 평소보다 중요한 시점에 치르는 경기에선 초반, 중반, 후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답을 아는 거죠. 우승으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이고요.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전북이란 구단도 김기희의 축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잖아요. 김기희의 프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 전북이고요. 전북에서만 K리그1 우승을 2회 경험했습니다. 그랬던 전북이 올 시즌 강등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면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어요.
전북은 제 축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맞는 것 같아요. 전북은 제게 감사한 팀입니다. 어릴 때 전북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팀이고요.
전북은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하지만, 매 시즌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영원한 건 없다’는 걸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전북의 이와 같은 시간이 오래 갈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봐요. 단, 그 안에서 영광을 되찾기 위한 큰 노력이 필요하겠죠.
K리그1 흥행을 생각했을 때도 전북은 다시 우승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팀입니다. 내년엔 ‘현대가 더비’가 더 뜨거웠으면 좋겠어요. 물론 승자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거지만.
올 시즌 울산을 향해서 ‘평균 연령대가 높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테랑 없이 울산의 K리그1 3연패는 힘들 수도 있었거든요. 울산의 베테랑 선수잖아요. ‘평균 연령대가 높다’는 축구계 평가에 대해선 어떤 생각입니까.
제가 올 시즌 K리그1 우승 포함 총 8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우승했던 모든 순간을 돌아보면 항상 팀 중심엔 베테랑이 있었어요. 주영이 형이나 청용이 형처럼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이 의지할 수 있는 선배들이요. 울산은 K리그1 최고의 팀입니다. 그런 팀에서 경쟁력 없는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는 건 불가능해요.
베테랑 선수는 1경기만 부진하면 ‘이젠 안 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항상 나이 얘기가 나와요. 저도 ‘예전보다 느리다’, ‘나이가 많아서 패스가 한 박자씩 늦다’, ‘시야가 좁아졌다’ 등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나이를 빼고 보면 그 경기에서 느렸고, 패스가 조금 늦었으며, 패스의 정확도가 평소보다 떨어졌던 겁니다. 그 경기에 대한 평가에 나이를 붙이니 더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울산이란 팀은 K리그에서 주전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치열한 경쟁이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됐고요.
방법은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부터 더 노력해야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땀 흘리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베테랑 선수에겐 축구에서 정말 중요한 경험이란 무기가 있습니다.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진다면, 주변을 더 살피고, 패스의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힘써야죠.
덧붙여 선수의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알아요. ‘우승권 팀에서 경쟁하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날이 오면 자연스럽게 팀과 멀어지게 될 겁니다. 저를 비롯한 울산 모든 베테랑 선수가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경기를 준비해요. 경기장에 나가선 죽을힘을 다해 뜁니다. 그렇게 K리그1 3연패를 일궜어요. 우린 내년 K리그1 4연패에 도전합니다. 그 팀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땀 흘릴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승권 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무엇을 얼마만큼 준비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 같아요. 경험이죠. 프로 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나태해지면 어떤 결과가 들이닥치는지 수없이 봤습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땀 흘리는 거예요. 여기서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열심히 하는 게 핵심이 아니란 겁니다. 프로의 세계에선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누구나 열심히 해요. 특히나 울산이란 팀은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잖아요. 더 잘해야죠.
울산의 2025년은 더 특별합니다. 울산은 한국, 아시아를 대표해서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합니다. 12월 6일 울산이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맞붙을 상대가 정해졌잖아요. 울산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플루미넨시(브라질),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F조에 속했습니다. 축구계에선 ‘해볼 만한 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선수끼리 나눈 얘기가 있습니까.
조만 봤을 땐 ‘해볼 만하다’라고 볼 수도 있죠.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FIFA가 클럽 월드컵에 큰 변화를 준 뒤 치르는 첫 대회잖아요. 각 대륙을 대표하는 32개 팀이 참가해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국가대항전인 월드컵만큼 규모가 커졌죠.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매우 어려워졌고요.
선수들은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큰 영광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참가에만 의의를 두겠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항상 우리 옆엔 팬들이 있잖아요. 팬들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죠. 단, 16강 진출과 같은 한눈에 보이는 목표보단 울산이란 팀, K리그란 리그가 경쟁력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선수들은 우리 팬들이 클럽 월드컵에서도 큰 추억을 남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클럽 월드컵은 축제잖아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울산에 강민우란 수비 재능이 등장했습니다. 울산 팬들의 큰 기대를 받는데요. 김기희 역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면서 연령별 대표를 거쳤잖아요. 한국 축구계가 주목하는 강민우의 재능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저랑은 완전히 달라요. (강)민우의 재능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죠. 비교 불가입니다. 저는 민우 나이 때 공 저렇게 못 찼어요. 대학에서 땅 갈고 있던 시절입니다(웃음). 민우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배우려는 자세, 축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요. 아주 훌륭해서 딱히 평가할 게 없는 선수랄까.
강민우가 알려진 것보다 더 대단한 재능이군요. 강민우에게 선배로서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있습니까.
경험을 쌓아야죠. 저는 민우와 훈련하면서 놀랄 때가 정말 많습니다. 민우는 볼을 정말 잘 차요. 이해력도 대단히 좋죠. 훈련하는 태도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부딪혔으면 좋겠어요. 부딪히면서 때론 힘든 시기도 겪고 이겨내다 보면, 정말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승만 8번입니다. 김기희를 계속 땀 흘리게 하는 동기부여는 무엇입니까.
프로에서 두 번째 우승할 때까진 정말 좋았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어요(웃음). 제가 술을 잘 못 마십니다. 우승하고 나면 아주 기뻐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했거든요. 그런데 우승의 경험이 한두 번 쌓이면서 ‘공허함’이란 게 느껴졌습니다. 한 시즌 죽을힘을 다해 우승을 확정한 뒤 찾아드는 공허함이랄까.
처음 그 감정을 마주했을 땐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냉정하게 제가 지금 당장 국가대표팀 복귀를 꿈꾸기엔 어려운 나이잖아요. 하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그 꿈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꿈이 있어야 제가 더 땀 흘릴 수 있거든요. 또 울산이란 한국 최고의 팀에서 경쟁력을 보이려면 ‘늘 잘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만족하지 않고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게 동기부여이지 않나 싶어요.
덧붙여서 얘기하면 울산처럼 좋은 팀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최대한 어울리려고 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긴 어렵지만, 그 선수들의 장점을 보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게 지금까지 우승권 팀에서 머무를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는 선수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가 국가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발탁된 게 2017년 10월일 거예요. 월드컵엔 나서지 못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도 우승권 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재능 있는 선수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축구를 정말 잘한다’고 느낀 선수가 많았죠. 하지만, 재능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꾸준한 선수들이 있잖아요. 어떤 자리에서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발전을 꾀하는 선수들이요. 태도가 달라요. 많은 분이 ‘예·체·능은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에요. 재능이 어느 정도 위치까진 끌어올려 줍니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히 하는 태도가 나쁘면 오래 버티질 못해요.
태도란 게 명확하게 어떤 걸 이야기하는 겁니까.
기본이요. 훈련장에서 어떤 자세로 훈련에 임하느냐부터 훈련 외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 등이죠. 태도가 다른 선수들은 항상 발전하더라고요. 축구란 게 컨디션에 따라서 경기력이 다를 수 있는데 그 폭이 크지 않고요. 제가 지금껏 봐 온 선수 중 그 태도가 가장 좋았던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입니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선수죠. 이재성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왜 저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꾸준히 생존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재성 외에도 오랫동안 꾸준한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 선수들은 축구를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울산이 2년 연속 3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울산은 올 시즌 19차례 홈경기에서 총 35만 3천615명의 관중을 불러들였습니다. 경기당 평균 18,611명으로 K리그 평균 관중 2위를 기록했어요. 울산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팀인데요. 여기에 대한 변화는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제가 대구, 전북에서 뛰다가 국외로 나갔거든요. 울산엔 2020년 2월 합류했습니다. 과거 울산은 팬이 지금만큼 많은 팀이 아니었어요. 제가 울산에 입단했을 땐 코로나19가 찾아들기도 했죠.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하려면, 성적이 항상 좋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아무리 스타 선수가 많다고 한들 성적이 안 좋으면 의미가 없어요. 팬들은 자기들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경기장을 찾는 거잖아요. 세상에 누가 패하는 경기를 보고 싶겠습니까. 제가 팬이라도 지는 경기를 보고 싶진 않을 겁니다. 울산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팬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지면서 효과를 내는 거 같습니다.
김기희 개인에게도 2024년은 특별한 한 해였을 듯합니다. 주장으로 2024시즌 K리그1 3연패를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K리그1 베스트 11에도 선정됐어요. 김기희가 베스트 11에 선정된 건 전북에서 뛰었던 2015시즌 이후 처음입니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선 처음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론 올 한 해 어땠습니까.
울산에 있었던 5년 중 가장 힘든 한 해였습니다. 제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주장을 맡았어요. 홍명보 감독께서 올 시즌을 앞두고서도 ‘주장을 한 번 더 해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주장 완장을 차고 시즌에 돌입했죠. 여러 이슈가 있었잖아요. 제가 말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팀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했죠.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더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앞서서도 말했지만 주영이 형, 청용이 형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황석호, 조수혁 같은 선수들도 베테랑으로 큰 힘이 되어줬고요.
제가 베스트 11을 받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 더 감사한 한 해였던 듯합니다. 베스트 11은 제가 우리 수비수들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라고 봐요. 올 시즌 우리 수비수들이 돌아가면서 다쳤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김)영권이, (황)석호 등이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시기가 있었죠.
다들 그런 어려움 속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생이 많았죠. 저의 올 시즌 베스트 11 수상은 우리 수비수들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준 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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