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목표에 대규모 전력수급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이동 등 미래 청사진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이유다.
최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산업계 불안이 커진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상향된 NDC를 국제사회에 공언했지만, 이를 실제 줄여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목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분명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은 재차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아도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이웃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매년 겨울 정치인과 기업, 연예인이 연탄 나눔 봉사에 나선다. 연탄 봉사로 사회취약층을 돌보며 우리는 '온기를 전한다'라고 표현한다.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5년 전국 연탄 사용가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연탄 난방 가구는 5만9695가구다. 전체 가구의 0.1%에 불과하지만, 서울만 해도 1129가구가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 난방비 부담에 다시 연탄으로 돌아가는 가정도 있다.
에너지 취약층은 산업계에도 존재한다. 산업단지 내 영세 제조공장들 역시 급격한 에너지 전환의 충격에 직면해 있다. 화석연료 기반 열병합발전에서 공급하는 열에 의존하던 이들의 설비와 제조라인은 친환경 연료 대체에 따른 단가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던진 '히트펌프'라는 대안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온도의 증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현재 상황에선 '열 단가 상승=제조원가 상승=경쟁력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세업체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이며, 국가적으로는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사다.
에너지 정책은 결국 두 개의 축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하나는 탄소중립을 향한 전환의 속도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탈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받쳐주는 안전망이다. 지금과 같이 속도만 앞세우면 취약계층과 영세한 산업 현장이 먼저 무너진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은 이 두 축을 동시에 끌고 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없어 연탄을 태우는 이웃, 화석연료로 증기를 공급받는 영세 공장들은 환경면에선 '기후범죄'일 수 있지만, 정책적 입장에선 배려해야 할 '기후동행'의 대상이어야 한다.
미래를 향하는 정책은 현실과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목표가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잡힐듯한 거리에 있어야 정치적 선언을 넘어설 수 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우려는 바로 그 거리감에 있다. 결국 탄소감축을 실행하는 이들이 '포기'로 향하지 않도록 하는 속도조절이 중요하다.
화석연료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원전까지 100% 대체할 날도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전환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집을 데우기 위해, 누군가는 공장을 돌리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미래만 말할 수 있지만, 정책은 오늘의 현실도 책임져야 한다. 에너지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사설] 반도체, 전기료에 발목잡혀선 안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2/news-a.v1.20251212.9406ea1ff522482ba4db781c2c168476_T1.png)




![[하이브리드 시대] ②HEV·MHEV·PHEV...활용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https://img.newspim.com/news/2025/12/02/2512021531508990.jpg)
!["도심선 오토바이보다 빨라요"…'찐 자덕'들의 착한 배송 [스튜디오486]](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2/13/8b8e2450-1ec2-4339-91a1-08fbbaacd295.jpg)
![오피스텔 입주물량마저 16년만에 ‘최소’ [AI 프리즘*신입 직장인 뉴스]](https://newsimg.sedaily.com/2025/12/13/2H1PPLUH3N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