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들이 어느 정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자산 증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부(富)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상속·증여 등 삶 전반에 충분한 자문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대표 ‘자산관리(WM) 전문가’인 이홍구 KB증권 대표는 26일 초고액 자산가들을 사로잡는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그는 초고액 자산가 영업에 대해 “단순히 돈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되고 고객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다양한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필요로 하는 자문의 범위도 계속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단순 자산관리를 넘어 세무, 법률, 부동산, 상속·승계, 기업 매각이나 후계자 교육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추정 결과 지난해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 수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 비중은 0.02%에 불과하지만 국내 전체 금융자산의 26.3%를 보유하는 만큼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증권사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KB증권도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인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를 3곳으로 늘렸다.
최근 관심을 두는 건 젊은 부자, 이른바 ‘영리치’다. 이 대표는 “영리치의 가장 큰 특징은 재테크나 투자를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판단해 투자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부유층은 대면으로 상담하는 것을 선호했으나 영리치는 비대면으로도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태블릿PC를 활용한 ‘아웃도어세일즈(ODS)’ 시스템인 만큼 계좌 개설부터 상품 가입과 사후 관리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KB증권은 향후 5~6년 동안 WM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부유층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었다면 앞으로는 주식 등 투자 자산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증권사에 대한 WM 요구가 굉장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변화의 초입에 서 있는 시점”이라며 “올해도 전년 대비 10% 내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의 화두 역시 WM이다. 이 대표가 KB은행과 KB증권을 비롯한 금융그룹 내 WM 부문의 시너지 방안을 주관하고 있는 만큼 사업을 끌고 갈 동력은 충분하다. 이 대표는 “대부분 초고액 자산가들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WM과 중소기업(SME)은 긴밀하게 협업할 수밖에 없다”며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룹 차원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고 고객 입장에서는 일관된 서비스를 받는 셈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