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내수 회복과 산업 혁신의 불씨 된 으뜸가전사업

2025-10-27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장에 손님이 많지 않았는 데, 환급사업이 시작된 이후부터 손님이 부쩍 늘고 매출도 늘었습니다.”

한 가전제품 유통매장 직원의 말이다. 실제로 매장 한켠에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안내하는 데스크가 설치돼 환급 절차를 문의하거나 신청서를 작성하는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면서 효율등급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도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이처럼 7월 4일부터 시행한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 침체한 국내 가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정체된 내수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가전 시장은 △2022년 10% △2023년 12% △2024년 10%로 3년 연속 역성장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미국 관세정책 영향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수요 부진이 지속됐다.

특히 가전은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제품 교체를 미루거나 중저가형 제품으로 구매 수준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나 장기 침체한 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으뜸가전사업 시행 두 달여 만인 9월 12일 기준으로 신청 66만건, 전체예산의 35% 소진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사업 효과는 신속하게 나타났다.

가장 큰 효과는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가전업계 내수 진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이후 3년 연속 역성장하던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으뜸가전사업 시행 이후 7월부터 전월 대비 약 15% 증가하며 반등했다.

관련 기업 매출도 증가했다. 산업통상부 집계에 따르면 사업 시행 이후 대형 가전기업 B사의 주요품목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 김치냉장고 협력사 C사는 23% 증가, 공기청정기 부품을 공급하는 D사는 584% 성장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수혜를 넘어 부품·소재·중소 협력사로 파급된 산업 전반의 상생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으뜸가전사업의 또 다른 핵심성과는 에너지 소비 절감이다. 가정 내 에너지 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가전제품을 고효율 모델로 교체하면 전력요금 절감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탄소 감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20년 동일한 사업 시행 당시에도 약 111GWh 에너지가 절감된 바 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약 2만960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에너지 절감은 곧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 111GWh 전력을 절약하면 약 5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승용차 1만여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이것은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적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다층적 정책효과라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고효율 가전 보급률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지표이자 장기 산업전략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사업으로 해외 선도국과 같은 에너지전환 정책 기반을 굳건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으뜸가전사업은 단순한 소비 촉진을 넘어 탄소중립 실현, 기술경쟁력 강화, 산업생태계 혁신의 출발점이자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 전략이다.

정부와 산업계,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으뜸가전사업으로 대한민국이 '가전 강국'을 넘어 '에너지 고효율 경제 선도국가'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바란다.

박재영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liwoo@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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