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1심 유죄, 文 전 대통령 사죄해야

2025-02-19

피고인 4명 전원 징역형 선고유예

우리 국민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

우크라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하길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문재인정부 시절의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1심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 모두의 유죄를 인정했다.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나란히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가 유예되긴 했으나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불법성을 법원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항소심에서 한층 정확한 심리로 상식과 공정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그간 ‘해당 어민들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대한민국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상 북한도 한국 영토이고 북한 주민은 곧 우리 국민이란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으나,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보고를 받아 사건 전모를 알았을 것이다. 탈북 후 북송된 이들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문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북한으로 보내 위험에 처하게 만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어제 국내 한 신문에 러시아군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가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병사 리모(26)씨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파병 과정에 대해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러시아에 왔으며)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북한) 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고도 했다. 상부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잡히면 자폭하라’고 지시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국 젊은이들을 이역만리 사지에 몰아넣고 그렇게 해서 번 외화로 핵무기·미사일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김정은 체제의 비인간성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군 입대 후 10년간 단 한 번도 부모와 만나지 못했다는 리씨는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난민 신청을 통해 한국으로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리씨가 행여 포로 교환 등으로 북한에 보내진다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요청이 있을 때 전원 수용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리씨의 바람대로 국내 송환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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