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 꽃가루값 급등…“내년이 더 걱정”

본격적인 배나무 수분용 꽃가루 구입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중국산 꽃가루 소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수입 꽃가루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한 것이다(본지 2월3일자 8면 보도).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꽃가루 확보량은 비교적 충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급대란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부터 수입 꽃가루 가격이 더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꽃가루 수입업체와 배 주산지 농협 등에 따르면 중국산 꽃가루 소매가격은 20g들이 한봉지당 ‘설화리’ 품종은 6만원, ‘추황’은 6만2000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나주배원예농협은 5일 이같은 내용의 꽃가루 가격을 지역 배농가에 설명하고 꽃가루 구입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농가 수령은 3월 둘째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충남 천안배원예농협 과장보는 “우리 농협도 10일 지역의 배농가에 꽃가루 가격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뒤 주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꽃가루 가격이 뛴 이유는 현지 공급량 감소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이상기후로 인해 꽃가루 수확량 자체가 줄었고 인건비가 올랐다는 것이다. 꽃가루 수입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위도별로 순차적으로 피던 배꽃이 최근 몇년간 이상기후 영향으로 한번에 피고 있는 데다 현지에서도 채취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배 재배면적(9244㏊) 중 인공수분이 필요한 면적은 7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꽃가루 필요량은 1462㎏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해 꽃가루 부족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란 게 정부 측 시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에선 2월 기준 배 인공수분 꽃가루 수요량의 119∼128%를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와 업계에선 내년이 진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꽃가루 수입업체 B사의 관계자는 “중국 외에 수입 꽃가루를 공급할 다른 나라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상기후·인력난이 심화한다면 배농가 경영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필요량을 전부 국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면 꽃가루 가격이 20만∼30만원대로 치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과수화상병 발병 상황도 위협 요인이다. 일본은 2023년 8월 중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자 중국산 배 꽃가루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발병지역에 대해서만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윤석규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연구사는 “지금까지 한국에 들여온 중국산 꽃가루에선 화상병균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검역 과정에서 화상병균이 발견된다면 언제든 수입 금지 조치와 더불어 꽃가루 수급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농가들이 수분수 확보에 소극적인 것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분수를 새로 심으면 3∼4년간은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없어 농가소득이 줄어든다. 또한 인공수분과 견줘 자연수분은 가지에 열린 꽃 대부분이 수분되기 때문에 열매를 더 많이 솎아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른다.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2024년 12월 신청받은 수분수 접목 지원사업에 대한 농가 참여율이 2.5%로 저조했다”면서 “수확량 감소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농가들이 비교적 간편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인공수분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꽃가루 자급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2024년 146농가에 수분수 식재와 접목 비용의 절반을 국비·지방비로 지원했다”면서 “올해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 대상을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지자체·농업회사법인 등을 대상으로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 생산단지’ 참여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성환 기자 s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