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바웃 ‘기저귀’

2025-02-27

몇 년 전 어머니가 낙상과 심한 요추골절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 것. 따라서 갑옷같이 생긴 허리 보호대와 기저귀 착용은 필수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절대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고 버티셨다. 자식들은 처음에는 부탁, 그다음엔 읍소, 마지막엔 강권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머니 허리를 지킬 것인가?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친구들에게 나의 답답함을 하소연하니 한결같이 “나라도 기저귀가 싫을 것 같아”라고 답을 했다. 결국 나는 어머니의 자존감을 선택했다.

생각이 바뀐 것은 수나우라 테일러의 “엉덩이를 닦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것이 본래 그렇게 끔찍한 일인가?”(<짐을 끄는 짐승들>)라는 문장을 읽고 나서였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을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 운동가이자 동물권 운동가인 그녀에 따르면 휠체어, 배뇨관, 용변 보조 등이 장애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하는 것은 상상적인 것이지 실제적인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누군가가 늘 돌봐줘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낙인이 없다면, 또한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고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엉덩이를 닦아주는 것 같은 내밀한 돌봄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훨씬 더 다채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 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저귀는 더 이상 상실과 수치의 기호가 아니라 더 잘 의존할 수 있는 역량의 가늠치가 되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나의 엉덩이를 맡기게 되면 그의 돌봄이 더 편하도록 잘 협조해야지, 기저귀를 차더라도 품위와 유머를 가지고 돌봐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만들어야지. 나의 노년 탐구에서 적어도 ‘기저귀’에 대한 생각은 정리를 끝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그 생각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유는 쏟아져나오는 성인 기저귀 관련 기사들 때문인데, 주로 성인 기저귀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성인 기저귀 시장의 품질을 비교했다, 요실금은 30~40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젊은 여성용 기저귀가 따로 필요하다, 남성 그루밍(관리하는 남성)이 늘어남에 따라 남성용 기저귀 수요도 증대된다, 성인 기저귀 모델이 더 젊은 여성으로 바뀐다, AI 기술을 이용한 센서 부착 하이테크 기저귀가 발매되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런데 기저귀가 세분되고, 품질 관리되고, 스마트해지는 것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심지어 좋은 것이라고 은밀히 선동하는 이런 기사들은, 고령화사회의 노인 기저귀 사용을 자연화함으로써 기저귀를 둘러싼 더 복잡한 맥락을 묻어버리는 위험이 있다.

우선, 성인 기저귀 시장의 확대는 고령화사회 때문이긴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령화사회 노인의 삶이 의료화되거나 시설화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험했듯이 노인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원 등에 입소하면 관리의 편의를 위해 노인들에게 거의 기저귀를 채운다. 게다가 자가 부담인 병원과 달리 요양원에서는 시설 운영비에서 기저귀 값을 충당해야 한다. 기저귀는 돌봄의 질보다 관리 혹은 비용과 더 관련이 깊다.

둘째, 성인 기저귀 시장의 확대는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이반 일리치가 말하는 인위적 ‘필요’의 창출, 즉 노인 마케팅의 결과이다. 점차 시장과 전문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필요’를 충족(소비)시킬 수 있는 노인과 그렇지 못한 노인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기저귀 불평등 사회의 도래.

마지막으로, 기저귀 쓰레기이다. 이미 일본은 폐기저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소변 때문에 태울 때도 더 많은 에너지가 들고 그렇다고 묻자니 흡수력이 좋은 만큼 30배까지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야지’라고 말은 하는데, 막상 노인으로 살면서 엄청난 폐기저귀를 배출해 흙을 오염시키다니, 이건 아이러니를 넘어 좀 끔찍하다.

그렇다면 기저귀를 배척하지도 않지만, 너무 가까이하지도 않는 게 슬기로운 노년 생활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저귀 상념 끝에 내리게 된 결론. 늙기도 정말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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