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10도 북극권 작은 도시, “삽으로도 뭐든 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를 꿈꾸는 불굴의 노르웨이 축구팀

2025-02-03

노르웨이 북부 작은 도시 보되는 북극권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겨울이 혹독하고 낮은 무척 짧다. 경기장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종종 사용해야 한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유럽 최고 무대 진출을 향한 꿈은 무르익고 있다.

CNN은 2일 “최근 5년 동안 네차례 노르웨이리그에서 우승한 보되-글림트는 어느새 유럽 강호들과 기량을 겨룰만한 팀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보되-글림트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36개팀 중 9위(4승2무2패 득실차 +3)에 자리했다. 앞으로 예정된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면 계속 생존할 수 있다.

미드필더 호콘 에브옌은 “우리에게는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더운 나라에서 온 팀들은 영하 10도 날씨와 단단한 잔디에서 뛰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축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는다”며 “우리는 순간 변화하는 날씨에 적응하는 법을 익혔다”고 자신했다. CNN은 “보되-글림트가 유럽대항전에서 계속 살아남는다면, 이곳을 방문하는 상대 팀은 가혹한 시험과 마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되-글림트는 2024~2025시즌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치렀다. 영국 맨체스터 올드 드래포드에서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로파리그에서 맞붙은 경기다. 보되-글림트가 2-3로 석패했지만 유럽 축구팬들을 놀래키기 충분한 경기력을 뽐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경기에 보되-글림트 팬 6500명이 원정 응원을 갔다는 것이다. 보되 인구 5만5000명의 약 12%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 작은 도시가 축구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줬다. 이날 골을 넣은 에브옌은 “도시 전체가 ‘축구 도시’가 됐다”며 “축구가 도시를 변화시키고, 사람들 시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고 말했다.

보되-글림트에서 ‘글림트(Glimt)’는 노르웨이어로 ‘섬광(Flash)’을 의미한다. 팀은 이에 걸맞게 모두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보되-글림트는 과거 노르웨이 1~4부 리그를 오가며 부침을 겪었다. 108년 역사를 지닌 클럽이지만, 최근 들어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키예틸 크누센 감독 부임 이후 체계적인 훈련, 공격적인 전술, 영리한 선수 영입 전략 덕분이다. 2020년 보되-글림트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에서 우승했다. 2위 몰데 FK보다 무려 승점 19가 앞서는 압도적인 1위였다. 2024~2025시즌 보되-글림트는 유로파리그에서 유럽 강호들과 맞섰다. 포르투, 브라가, 베식타스, 마카비 텔아비브를 꺾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도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보되-글림트의 다음 목표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가는 것이다. 노르웨이리그 우승팀은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에브옌은 “유럽 무대에 나서기 전까지는 우리 수준이 아직 낮다’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기를 해보니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가 최고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어떤 팀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긴 겨울 때문에 노르웨이리그는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보되에서는 햇빛을 50분밖에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보되-글림트는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면서 추운 겨울에도 쉬지 못하고 경기를 계속 치러야 한다.

보되-글림트 홈구장 아스프미라 스타디움는 수용 인원 8720명 규모로 아주 작다. 겨울이 춥고 길어서 100%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지붕이 없는 오픈된 경기장이다. 겨울철에 유로파리그가 열리면 팬들은 혹한 속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한다. 에브옌은 “솔직히 영하 10도에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라며 “우리는 뛰고 있지만, 그들은 꼼짝도 못 하고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은 “인내심과 강인함은 보되의 DNA”라며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축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에브옌은 “진정으로 헌신한다면, 우리는 삽 하나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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