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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폭설로 인해 국내 여러 지역에서는 교통과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매년 겨울이면 도로와 인도에 쌓인 눈과 얼음을 제거하기 위해 제설제가 사용되는데, 이는 겨울 운전과 이동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염화칼슘, 염화마그네슘, 염화나트륨 등으로 이루어진 제설제는 눈과 얼음을 녹이는 데 효과적이며, 교통 안전과 이동 편의를 크게 향상시키지만 이러한 제설제 사용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문제는 염화물 계열의 제설제가 차량, 교량, 도로 시설 등을 부식시킨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도 이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제설제는 도로와 인도에 뿌려진 후 눈과 함께 녹아 토양으로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토양 내 염분 농도가 증가하며, 이는 토양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토양의 입단 구조가 파괴되어 공극률이 감소하고, 이는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을 저하시킨다. 더불어 염분은 토양 내 미생물 활동을 억제해 유기물 분해를 방해하고, 결국 토양의 비옥도를 떨어뜨린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제설제가 다량 사용된 도로변의 나무와 관목의 생장률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염분에 매우 민감해 고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겨울마다 많은 눈이 오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제설제가 다량 사용된 지역의 토양 염분 농도는 비사용 지역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농경지와 산림지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설제는 눈이 녹으면서 하수관을 통해 하천, 호수, 지하수로 유입되어진다. 이 과정에서 수체 내 염분 농도가 증가하며, 이는 수생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민물 생물의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고, 일부 종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더불어 염분은 수체 내 영양염류의 농도를 변화시켜 부영양화를 촉진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연구에서는 겨울철 제설제 사용으로 인해 호수 내 염분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생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특히 민물 조개와 같은 민감한 종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제설제가 유입된 하천에서 양서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사례도 발견되었다. 개구리와 도롱뇽의 알과 유생은 염분에 매우 민감해 고염분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비산먼지와 대기 오염이다. 제설제는 도로 위에 뿌려진 후 차량의 통행으로 인해 비산먼지 형태로 대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이 비산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염화칼슘과 같은 화학 물질은 알레르기와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제설제가 도로 위에서 건조되면서 발생하는 염화수소 가스는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산성비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염화물 기반 제설제 대신 친환경적인 대체재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자염(acetates)이나 포도당 기반 제설제는 염화물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래나 자갈과 같은 비화학적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제설제의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측 기반의 제설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 기상 예보를 통해 눈이 오기 전에 도로를 미리 처리하거나, 눈이 오는 양에 따라 제설제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또한, 제설 장비의 효율성을 높여 제설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제설제를 사용한 후 잔여물을 물청소로 제거하거나 흡수 장비를 활용해 처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방안이다.
제설제는 겨울철 도로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그 사용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토양 오염, 수질 오염, 대기 오염, 식물 생장 저해, 동물 생태계 교란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는 제설제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대체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 사회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제설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제설제의 역습을 막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겨울철 도로 안전을 넘어,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junbeum.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