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월경의 날’ 건강과 존엄을 말하다

2025-05-27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매년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Menstrual Hygiene Day)이다. 이 날은 전 세계 여성이 월경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건강과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14년, 독일의 비영리단체 WASH United에 의해 제정된 이 날은 평균 28일인 월경 주기일과 평균 5일인 월경 기간이라는 점에서 5월 28일로 상징화됐다.

하지만 월경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회에서 숨겨야 할 일,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여성들은 월경 중에도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 휴가’가 존재하지만, 눈치가 보여 신청하지 못하거나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여성도 많다.

월경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이에 대한 대화는 여전히 어색하고 제한적이다. 이러한 인식의 문제 외에도 ‘월경 빈곤’은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존재한다. 생리용품을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신문지나 천 조각으로 버티는 여성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감염 위험에 노출되거나,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중단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깔창을 사용했다는 사연이 처음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이후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정책이 일부 시행됐고, 일부 학교와 공공시설에서는 무료 생리대 비치가 시작됐다. 현재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법정한부모가정의 만9세~만24세 여성청소년에게 월 1만4000원의 생리대 지원 바우처 사업을 운영하는 중이다. 해당 청소년들은 국민행복카드를 발급 받아 결제 가능한 마트, 편의점 등의 유통점에서 자유롭게 구매 할 수 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2024년 도내 19세 이상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 여성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1.4%가 생리용품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 경험, 26.8%가 학교·직장·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한 생리통 경험, 12.7%가 생리용품으로 인해 몸에 이상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몸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의 관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생리대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 해소, 성인지적인 관점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며, 산부인과는 기혼 여성의 임신·출산 관리를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월경, 피임, 통증 등 모든 여성의 일상적인 건강 문제를 다루는 열린 창구로 인식돼야 한다.

2025년 세계 월경의 날의 구호는 “월경친화적인 세상을 위한 연대”라고 한다. 월경이 삶의 정상적인 일부로 받아들여지며,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월경에 대해 올바르게 교육 받고,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질 좋고 부담 없는 생리용품과 월경 관련 건강 서비스 접근이 가능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 월경의 날은 단 하루의 기념일이 아니라, 여성의 몸과 삶, 권리를 온전히 말할 수 있는 날이다. 이 날을 통해 월경이 침묵과 숨김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과 존엄의 언어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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