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리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 서식하는 지렁이는 감염병에도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건국대학교 안윤주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현영민 교수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가 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공동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렁이가 서식하는 토양에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공존한다. 따라서 지렁이는 인간처럼 면역 기능이 정상이어야만 토양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미세플라스틱 토양 오염을 고려한 환경독성평가 연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토양생물 영양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렁이를 포함한 토양 서식 생물체에서의 면역독성을 규명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이 면역 세포의 주요 기능 중 병원균에 대한 식세포 작용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식세포 작용(식균작용)은 살아있는 식세포가 체내의 이물질,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 따위를 섭취해 이들을 제거하는 작용을 말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국내 서식종인 붉은줄 지렁이를 대상으로 1μm(마이크로미터) 폴리스티렌(polystyrene)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경우, 면역세포 식균작용 및 음세포작용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먼저 형광도립현미경을 이용해 생체 외 노출환경에서 지렁이 면역세포 중 아메보사이트가 미세플라스틱을 30분 내로 내제화 하는 것을 관찰했다. 지렁이 면역세포가 24시간 동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경우, 세포사멸 영향은 없었으나 토양에서도 검출되는 병원균인 대장균에 대한 식균작용이 노출농도 1mg/L에서부터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양 실험에서도 0.1%의 농도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토양에서 지렁이가 2주간 노출되자 생존율에는 영향이 없었으나, 면역세포가 식균작용 및 음세포작용에서 각각 대조군(100%) 대비 40%, 29%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안윤주 교수는 “본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지렁이 면역세포가 병원균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능력인 식균작용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최초로 보고한 것으로 과학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 및 집단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환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3월 20일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