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2차대전] "NCA라서 가능한 안전성"…삼성SDI, '열전파 차단·모듈 소화'로 승부

2025-12-05

1차전 76% 수주한 삼성SDI, 2차 핵심 '안전성' 강조

각형 기반 No-TP·EDI 기술로 ESS 화재 대응력 강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1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전에서 전체 물량의 76%를 가져가며 사실상 '압승'을 거둔 삼성SDI가 2차전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입찰의 최대 변수로 '안전성'이 부상한 가운데, 삼성SDI는 각형 캔 셀 구조와 열전파 차단(No-TP), '모듈 직분사 소화(EDI)' 시스템 등 고안전성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니라 ESS의 근본적 안정성과 설계 완성도가 승패를 가르는 구도 속에서, 1차전의 우위를 만든 삼성SDI의 기술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1차 입찰에서 압도적 성과를 거둔 삼성SDI가 생산 여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다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2차 사업은 가격·비가격(안전성) 평가 비중이 5대5로 조정됐고, 화재 관련 항목의 배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술 내재화 수준이 수주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화재·설비 안전성 점수가 22점에서 25점으로 확대됐고, 이 가운데 화재 안전성 세부 항목은 6점에서 11점으로 두 배 가까이 상향됐다. 단순히 '어떤 화학계 배터리를 쓰느냐'를 넘어, 화재 발생 가능성·열전파·소화·복구까지 전 과정에서의 대응 능력을 상호 비교하는 구조다.

◆ 각형 케이스 기반 No-TP…"열이 나도 번지지 않게"

삼성SDI의 ESS 배터리는 국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원계(NCA)+각형 케이스(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ESS 시장에서 LFP 파우치형을 앞세워 경쟁에 나선 것과 달리, 삼성SDI는 알루미늄 케이스 기반의 각형 구조를 바탕으로 열·압력의 흐름을 설계 단계에서 통제할 수 있는 형태를 고수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기반 위에서 삼성SDI는 열전파를 차단하는 No-TP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No-TP는 특정 셀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때 열과 압력이 인접 셀로 전파되는 것을 최대한 국부적으로 묶어 두는 설계 개념이다. 셀 상단에는 내부 가스가 배출되는 벤트를 두고, 이를 케이스 어느 위치에,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 정교하게 조정해 고온 가스가 정해진 경로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셀과 셀 사이에는 단열재를 배치하고, 내부에는 과전류·과열 시 전류를 차단하는 퓨즈 구조를 적용해 문제가 발생한 셀만 분리·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안전성을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에서만 구현 가능한 설계적 강점"으로 평가한다. 파우치형과 달리 금속 케이스와 상단 벤트, 내부 단열 구조를 조합해 열과 가스의 흐름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두는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모듈 단위로 온도 낮추는 EDI…SBB에 내장

삼성SDI는 셀 구조를 통한 열전파 차단에 더해, ESS 시스템 차원에서는 모듈 단위 소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일체형 ESS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에 탑재된 '모듈 내장형 직분사(EDI)' 기술이다.

EDI는 배터리 셀 내부에 소화제를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듈 전체를 대상으로 약제를 분사해 온도를 낮추는 구조다. 모듈 내부에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돼 있고, 열 이상이 감지되면 해당 모듈로 소화 약제가 분사돼 내부에 일정 수준 쌓이면서 온도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이를 통해 특정 셀의 열이 주변 셀·모듈로 번지기 전 단계에서 열원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EDI는 삼성SDI가 발전시켜 온 ESS 안전성 기술의 3세대 버전으로, 초기 소화 시트 방식(1세대), 셀 직분사 방식(2세대)을 거쳐 모듈 내장형 직분사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SBB 1.5에 적용된 EDI 기술은 국제 안전 인증기관 UL의 ESS 화재 확산 시험 기준인 UL9540A를 충족했다. 이는 ESS 안전성 평가 기준 가운데 가장 엄격한 규격으로, 기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 내 설치 시 별도 소방 설비를 추가하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다.

결국 삼성SDI의 ESS 안전성은 셀-모듈-시스템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로 정리된다. 셀 단계에서는 각형 케이스 기반 No-TP 설계를 통해 열전파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모듈 단계에서는 EDI로 온도를 빠르게 낮춘다. 시스템 차원에서는 SBB와 연계된 제어·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구조다.

◆ 대규모 물량 대응할 울산 라인…생산 여력도 강점

생산 여력도 삼성SDI의 강점으로 꼽힌다.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 물량은 육지 500메가와트(MW), 제주 40MW 등 총 540MW 규모로, 배터리 용량으로는 약 3.24기가와트시(GWh)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SDI는 울산공장에 약 15GWh 수준의 각형 NCA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2차 사업 전체 물량을 단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발전사·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입찰에서 삼성SDI가 산업 기여도·국내 생산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와 같은 국내 생산 기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ji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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